MBC 김재철 사장이 어제 해임됐다.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는 김 사장이 방문진과 사전 협의 없이 계열사 임원 인사 내정자를 발표해 방문진의 임원 선임권을 침해했다는 등의 해임 사유를 밝혔다. 김 사장의 위반 사항이 1988년 방문진 설립 이후 첫 사장 해임 결정을 내릴 만큼 중대한지는 의문이 든다.
이보다는 야당 및 MBC 노동조합의 끈질긴 김 사장 퇴진 요구와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기준으로 한 ‘공공기관 인사 물갈이’론이 맞아떨어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 사장은 이명박 정부 때 임명됐다. 이번 김 사장 해임안은 야당 측 방문진 이사 3명에 여당 측이 추천한 이사 2명이 가세해 5 대 4로 가결됐다. 김 사장의 해임 사유에 대한 방문진 발표를 곧이곧대로 믿을 수 없는 이유다.
민주통합당은 “공영방송 MBC의 위상을 추락시키고 노조의 장기 파업에 원인이 된 김 사장의 해임은 당연한 귀결”이라고 성명을 냈다. 통합진보당도 “MBC가 국민의 방송으로 회생할 수 있는 기회를 얻어 다행”이라고 환영했다. 그러나 MBC의 위상을 결정적으로 추락시킨 것은 2008년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 재개와 관련해 왜곡 보도를 한 ‘PD수첩’ 같은 프로그램이다. MBC는 2008년 촛불시위를 촉발할 만큼 국기(國基)를 뒤흔든 ‘PD수첩’ 보도에 대해 자사 방송과 일간지에 사과했다.
MBC는 노조가 방송사 운영을 사실상 주도하는 노영(勞營)방송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김 사장이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 점은 인정할 만하다. 김 사장은 “보직간부조차 노조를 두려워했다”며 “공영방송 MBC의 위상을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노영방송은 사라져야 하지만 관영(官營)방송으로 가서도 안 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통령과 코드 또는 국정철학을 공유한 사람이 사장에 임명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 MBC 주식은 방문진이 70%를, 정수장학회가 30%를 소유하고 있다. MBC 사장 인사 못지않게 정수장학회 지분 처리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부가 방송사 사장을 통해 방송을 장악하려 해서는 안 되지만 야당이나 MBC 노조 역시 방송의 공공성과 공정성을 흔들어선 안 된다. 노영방송도, 관영방송도 공공성과는 상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