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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불법연행후 자발적 음주측정, 유죄 증거 안돼”

입력 | 2013-03-19 03:00:00


경찰관이 음주운전자를 불법 연행했다면 이후 운전자가 자발적으로 요구한 음주측정 결과도 유죄 판단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음주운전을 해 다른 차량을 파손한 혐의(도로교통법 위반)로 기소된 김모 씨(55)에게 벌금 200만 원을 선고한 항소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전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8일 밝혔다. 재판부는 “경찰관들이 김 씨를 지구대로 강제 연행한 것은 위법한 체포에 해당한다”며 “이후 이뤄진 음주측정 결과도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고 수집한 증거여서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적법한 절차를 따르지 않은 강제 수사의 결과는 인정하지 않는 방식으로 인권 보호에 나서겠다는 대법원의 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김 씨는 2008년 12월 전북 군산시에서 회식을 마치고 승용차를 몰다가 다른 차량과 접촉사고를 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은 김 씨가 “지구대로 같이 가자”는 요구를 거부하자 팔다리를 잡아 강제로 순찰차에 태웠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연행이유와 변호사 선임 권리, 진술하지 않을 권리 등이 있다는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지 않았다. 용의자를 연행할 때 기본적인 이 권리를 알려주지 않으면 불법체포로 간주된다.

김 씨는 “음주측정을 계속 거부하면 구속될 수 있다”는 말에 음주측정에 응했고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기준(0.1%)이 넘는 0.13%로 나타났다. 김 씨는 다시 채혈검사를 요구했고 혈중알코올농도가 0.142%로 나와 기소됐다. 1심은 “불법 연행 후 받은 채혈검사는 증거능력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지만 항소심은 “김 씨가 자발적으로 채혈검사를 요구해 증거능력이 있다”며 유죄 판결했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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