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업분야 최대 피해’ 당초 우려와 달리 선방
○ 경제위기의 안전판 역할 한 한미 FTA
10일 관세청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미 FTA가 발효된 지난해 3월부터 올 1월까지 한국의 대미 수출액은 538억 달러(약 58조6000억 원), 수입액은 391억 달러였다. 전년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수입은 7.35% 줄었지만 수출은 2.67% 증가했다. 무역수지 흑자 규모도 같은 기간 102억 달러에서 147억 달러로 44%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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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종별로는 자동차 부품, 기계류, 고무제품 등의 수출 증가가 두드러졌다. 지난해 3월∼올 1월 대미 자동차 부품 수출액은 52억2738만 달러로 전년 동기 46억4296만 달러보다 12.6% 늘었다. 특히 일본, EU 등 다른 선진국에 대한 수출이 감소하고 있는 데 비해 올 1월 대미 자동차 부품 수출액은 4억9600만 달러로 작년 같은 달보다 22.6% 늘어 증가세가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미국에 공장을 둬 ‘미국산(Made in USA)’으로 분류된 일본, 독일 자동차의 수입은 늘었지만 국산 자동차 역시 같은 기간 대미 수출액이 102억1565만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21.2% 증가했다. 자동차 외에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은 19.2%, 기계류는 16.6%, 고무제품은 7.3%씩 대미 수출이 늘었다.
당초 큰 피해가 우려됐던 농업 분야도 선방했다는 평가가 많다. 미국산 오렌지, 체리 등 과일 수입이 급증했지만 농산물 전체 수입액은 46억 달러에서 38억 달러로 오히려 17.4% 감소했다. 미국을 강타한 가뭄으로 미국산 옥수수 수입이 크게 줄고 한우 가격 하락에 따라 미국산 쇠고기 수입도 감소했기 때문이다. 반면 김치, 김, 홍삼 조제품 등 한국 농산물의 대미 수출은 3억5200만 달러로 전년도보다 12.5% 늘었다. 이는 한미 FTA 발효 후 미국산 농산물 수입액이 연평균 4억2400만 달러 늘어나고 국내 농업 생산액은 8150억 원 감소할 것이라고 봤던 당초 정부의 전망과 다른 결과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 관계자는 “지난해 미국 농산물 수입 감소에 가뭄 등의 영향이 있었던 만큼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한미 FTA로 국내 농산물의 미국 내 가격경쟁력이 높아진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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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를 통한 미국시장 선점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가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세계 통상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한미 FTA의 효과는 아직 대기업에만 집중적으로 나타나는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은 물론이고 일본, EU 등 선진국들이 공격적인 통상정책에 나서고 있는 것은 한국에 큰 부담이다. 일본이 미국 주도의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에 속도를 내고 있고, 미국도 EU와의 FTA를 서두르고 있어 한미 FTA의 효과가 예상보다 빠르게 감소할 수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은 한중 FTA 본협상을 제때 개시하고 한중일 FTA,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10개국과의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 등을 통해 한미 FTA와 시너지효과를 낼 계획이다. 그러나 새 정부가 정부 조직개편 지연에 발목이 잡히면서 외교통상부에서 신설 산업통상자원부로 이전되는 통상부문 역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정진영 경희대 교수(국제학)는 “미국이 통상 분야에서 대대적인 공세전략을 추진하고 있는데도 새 정부는 정부조직 개편으로 꼼짝달싹하지 못하고 있다”며 “통상 부처가 하루빨리 정상화돼 한미 FTA를 포함한 중장기적 FTA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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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