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취임식 장소는 한국 민주화와 정치사의 궤적이다. 건국의 기틀을 잡은 이승만 대통령(1∼3대)은 중앙청을 선호했다. 4·19혁명 이후 취임한 윤보선 4대 대통령은 취임식 장소를 민의의 전당인 국회의사당(서울 태평로 현 서울시의회)으로, 대통령 취임사는 ‘대통령 인사’로 바꿔 몸을 낮췄다. 5·16군사정변으로 집권한 박정희 대통령(5∼9대)은 중앙청 광장으로 되돌아갔다. 통일주체국민회의의 간접선거로 당선된 8대와 9대 취임식은 장충체육관 실내. 전두환 대통령(11, 12대)은 같은 실내지만 잠실체육관으로 바꿨다.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마당을 애용하기 시작한 건 1987년 민주화와 직선 대통령 이후다.
▷체육관 밖으로 나온 취임식은 축제의 장으로 진화했다. ‘보통사람의 시대’를 선언한 노태우 13대 대통령은 1988년 취임식에 일반인을 처음 초청했다. 21발의 예포도 발사했다. 국가 공식행사에 국악이 쓰인 것도 이때부터. 김영삼 14대 대통령은 임기 개시에 맞춰 보신각종을 33번 울렸다. 이후 ‘신한국 창조-다함께 앞으로’(김영삼), ‘화합과 도약의 새출발’(김대중), ‘새로운 대한민국 하나 된 국민이 만듭니다’(노무현), ‘함께 가요, 국민 성공시대’(이명박), ‘통합과 전진, 국민의 삶 속으로’(박근혜)처럼 주제가 있는 취임식이 관례가 됐다. DJ DOC(김대중), GOD(노무현), 김장훈(이명박), 싸이(박근혜)처럼 연예인들이 식전행사를 달구는 것도 자연스레 자리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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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 논설위원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