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소망’
임보(1940∼)
아, 그와의 첫 만남은 얼마나 황홀했던가?
두메산골 한 촌놈이 열여섯 어느 봄날
광주의 번화가 충장로 한 중국집에서
그를 처음 만나 한 사나흘 밥맛을 잃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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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식집에서 가서도 그놈만 찾는,
아니, 조선 팔도의 모든 어린이들이
한결같이 좋아하는,
가난한 이들의 식탁에 올라
그들의 공복을 달래주는
맛있는 한 그릇의 자장면,
손자장면
그 자장면 같은 그런
사람이 될 수는 없을까?
서민들이 즐겨 찾는
아, 우리들의 대통령
화가 강형구 씨의 ‘에이브’(2006년).
링컨은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끈 지혜로운 전략가이자 정치적 라이벌을 장관에 기용하는 등 포용의 리더십으로 나라의 분열과 반목에 마침표를 찍었다. 그는 명연설로도 유명하다. “아무도 미워하지 말고, 서로를 불쌍히 여기면서, 하느님이 우리에게 보여주신 확고한 정의로움에 의지하여, 우리 모두 이 전쟁을 끝내도록 노력합시다”라는 두 번째 임기의 취임연설도 감동적이다. 미국에선 영화 개봉을 계기로 링컨 붐이 일고 있다 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백악관 시사회에서 이 영화를 보고 “대통령으로서 나에게 주어진 하루하루를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가르쳐 주었다”고 했다. 의회 시사회에서 공화당의 미치 매코널 야당 원내대표는 “정치인들이 단기적인 정치적 이해관계들을 줄여나갈 때 나라가 더욱 발전할 수 있다는 점을 훌륭하게 묘사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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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보 시인은 거창한 요리도 아니고 그저 가난한 이의 허기를 채워주는 자장면 같은 실제적이고 소박한 대통령을 꿈꾸는 바람을 ‘거대한 소망’이라 이름 붙였다. 우리의 가까운 지난날을 되돌아보니 그리 과장된 제목이 아닌 듯싶다. 그는 오래전 ‘우리들의 새 대통령’이란 시도 썼다. ‘정의로운 사람들에게는 양처럼 부드럽고 불의의 정상배들에게는 범처럼 무서운/야당의 무리들마저 당수보다 당신을 더 흠모하고, 모든 종파의 신앙인들도 그들의 교주보다 당신을 더 받드는/(…)/ 다스리지 않음으로 다스리는/자연과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그리고 아, 동강난 이 땅의 비원을 사랑으로 성취할/그러한 우리들의 새 대통령/당신은 지금쯤 어디에 오고 있는가?’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