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유럽, 검출장치 업그레이드 진행중력파 지날 때 미묘한 공간변화 측정… 민감도 높이려 우주에 올리는 계획도“한국, 레이저 측정 등 기본기술 투자를”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유럽우주국(ESA)이 계획 중인 우주 중력파 검출기 ‘리사(LISA)’의 개념도. ESA 제공
○ 우주 비밀을 품고 있는 중력파
중력파 검출 장치로는 미국의 라이고와 유럽의 버고, 지오600이 대표적이다. 이 가운데 라이고와 버고는 현재 장치 업그레이드를 하고 있어, 이 작업이 끝나는 2014년, 2015년이 되면 약한 중력파도 검출할 수 있을 정도가 된다.
중력파는 다른 물질과 상호작용을 하지 않기 때문에 공간 변화를 측정해 검출한다. 레이저 간섭계를 이용해 중력파가 지나갈 때 생기는 공간의 길이 변화를 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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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공터널이 만나는 부분에는 레이저 발사 장치가 있고, 터널의 반대쪽에는 거울이 있다. 레이저빔을 양쪽 터널에 동시에 쏘면 거울에 반사돼 돌아오는데, 이때 레이저빔이 만나면서 간섭무늬를 만든다.
중력파가 지나면 공간이 변하면서 두 진공터널의 길이가 서로 다르게 변하는데, 간섭무늬로 이 차이를 측정해 중력파를 검출하는 것이다. 라이고와 버고의 업그레이드가 끝나면 10-²²가량의 길이 변화도 감지할 수 있다. 이는 태양 반지름이 수소 원자 크기만큼 변동하는 것을 알아내는 수준이다. 이 정도의 민감도로도 모든 중력파를 검출할 수는 없지만, 중성자별이나 블랙홀처럼 작고 무거운 천체가 충돌할 때 나오는 강한 중력파는 감지할 수 있다.
이형목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라이고와 버고가 업그레이드되면 관측할 수 있는 공간이 지금의 1000배로 늘어난다”라며 “그만큼 중성자별과 블랙홀의 충돌을 관측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과학자들이 중력파를 찾는 이유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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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론 분야에서도 유용하다. 블랙홀끼리 충돌할 때 나오는 강한 중력파를 검출하면 거리를 정확히 계산할 수 있다. 또 빅뱅 때 생긴 중력파를 측정하면 빅뱅 이후의 급격한 팽창에 대해 알 수 있는 만큼 우주팽창 속도를 알아내는 데도 중요한 수단이 된다.
이탈리아에 있는 중력파 검출기 ‘버고’의 전경. 버고는 길이 3km인 진공터널 2개로 이뤄져 있다. ASPERA·NRS·IN3P3 제공
과학자들의 예상대로 몇 년 안에 중력파가 검출되면 다양한 차세대 중력파 검출기 계획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유럽의 중력파 연구기관들이 함께 추진하고 있는 ‘아인슈타인 망원경’은 지표면의 진동을 피하기 위해 지하 100m에 들어서는데, 터널의 길이는 10km로 민감도가 뛰어나다.
중력파 검출기를 우주에 올리는 계획도 있다. 검출기를 몇 대의 인공위성에 나눠 실어 우주에 올리면 진공터널을 만들 필요 없이, 측정 길이를 수백만 km까지 늘릴 수 있어 주파수가 낮은 중력파를 검출하는 데 유리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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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근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라이고와 버고 검출기에서 나온 데이터를 분석해 중력파 신호가 어떤 천체에서 왔는지 분석하거나 검출기 자체의 진동 특성을 분석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우리나라가 독자적인 중력파 검출기를 만들 계획은 없다. 이형목 교수는 “우리나라가 당장 대규모 검출기를 만들기는 어렵겠지만, 레이저 정밀 측정이나 진동 차폐 같은 기본 기술에 투자해 인프라를 확보해야 할 때가 됐다”라고 강조했다.
과학동아 3월호에서는 중력파를 비롯해 중력의 역사와 비밀, SF 속의 기묘한 중력 등 중력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볼 수 있다.
고호관 동아사이언스 기자 k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