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드름 매달린 도마 8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에서 한 상인이 고드름이 매달린 도마 위의 생선을 다듬고 있다. 이들 재래시장 상인의 마음은 더 춥다. 최근 날씨가 추워지자 손님들이 재래시장 대신 난방이 잘되는 대형마트로 발길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이곳 상인 윤종환 씨(72)는 “대목인데도 날씨가 너무 추워서 오전 내내 손님이 5명밖에 안 왔다”고 말했다. 겹겹이 껴입은 옷에 귀마개 등산화 마스크 모자로 무장한 그는 가게 출입문 앞에 앉아 전기난로에 의지하며 추위를 견디고 있었다. 따뜻한 가게 안쪽에 앉아 있으면 문을 닫은 줄 알고 손님들이 발길을 돌릴까봐 걱정돼서다. “장사가 안 돼도 쉴 수가 없어요. 이렇게 가게 안에 난로라도 켜놓고 있어야 과일이 안 얼거든요. 춥다고 가게 문을 닫으면 과일 다 못 쓰게 돼요. 물건 팔러 오는 게 아니라 과일 지키러 나오는 거예요.”
같은 시간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 간간이 지나가는 손님을 붙잡는 상인들만 분주할 뿐 활기가 없는 것은 비슷했다. 굳은 표정의 상인들에게 기자가 다가가자 “물건 살 거 아니면 가쇼”라는 쌀쌀맞은 반응을 보였다. 추운 날씨 탓에 생선이 얼지 않도록 가판대에 내놓은 생선상자를 투명 비닐로 덮어두거나 생선을 하나하나 랩으로 싸놓은 가게도 많았다. 상인 김용덕 씨(63·여)는 “작년 이맘때보다 물건이 더 안 팔린다. 날씨가 추우면 물고기가 얼어서 빛깔이 안 좋아지니까 신선도가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결국 못 팔고 버리는 생선도 늘었다”고 푸념했다. 7년째 이곳에서 일한다는 김성용 씨(27)는 “갈수록 수입이 줄어들고 있지만 특히 올해는 날씨가 더 추워서 다들 마트로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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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청과물도매시장에서 만난 상인 황의선 씨(57)는 “원래 무 하나에 1000원을 받는데 이게 얼어버리면 2개에 1000원에도 판다. 채소를 보관할 수 있는 보온창고는 거의 1000만 원이나 들어 설치하기 어렵다. 최근 무를 100포대 정도 들여왔는데 20∼30포대는 얼어서 버려야 할 판”이라고 하소연했다.
청량리청과물도매시장 상인연합회 이영규 총장은 “물량은 예년 수준으로 준비했는데 날이 추우니까 물건을 쌓아두기만 하고 그마저도 얼어서 상하게 생겼으니 이중고가 아닐 수 없다. 겨울 내내 한파로 입은 손실을 설 대목에 만회하기는커녕 더 적자를 보게 생겨 상인들의 낙담이 크다”고 말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김명종 인턴기자 고려대 법학과 4학년
이정규 인턴기자 동국대 사회학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