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택동 국제부 차장
세계에서 가장 박해받는 민족 중 하나인 로힝야족의 비극이 계속되고 있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지난해 1만3000여 명의 로힝야족이 미얀마에서 탈출했고, 이 가운데 적어도 485명이 탈출 도중 목숨을 잃었다. 올해 들어서도 태국 해상에서 로힝야족을 태운 밀항선들이 잇따라 발견돼 약 1700명이 임시 수용돼 있다.
미얀마에는 약 80만 명의 로힝야족이 살고 있고, 주로 라카인 주에 거주한다. 하지만 미얀마 정부는 이들을 국민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19세기 미얀마를 지배했던 영국이 방글라데시에서 데려온 노동자들의 후손이므로 ‘불법체류자’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얀마의 로힝야족은 ‘유령’이나 다름없다. 호적도 없고 일자리를 가질 수도, 교육을 받을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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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절박한 상황을 이용한 범죄까지 기승을 부린다. 인신매매꾼들은 ‘다른 나라로 보내 주겠다’고 로힝야족을 꾀어낸 뒤 남아 있는 가족에게 ‘몸값’을 요구하고, 돈을 내지 않으면 고기잡이배 등에 노예로 팔아넘긴다고 UNHCR는 설명했다.
로힝야족을 받아줄 나라도 없다. 미얀마의 로힝야족이 대규모로 넘어올 것을 우려하는 방글라데시는 살길을 찾아온 로힝야족을 “미얀마로 돌아가라”며 내쫓고 있다. 약 8만 명의 로힝야족을 받아준 이슬람국가 말레이시아도 “더는 어렵다”며 손을 내젓고 있다. 오도 가도 못하게 된 로힝야족은 바다를 떠도는 ‘보트 피플’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국제사회는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는다. 강대국들은 전략적 요충지이자 자원 부국인 미얀마를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이런 마당에 굳이 미얀마 정부를 불편하게 할 문제를 부각시킬 이유가 없다. 국제정치의 비정한 현실이다.
민족이나 종교 등이 다르다는 이유로 소수가 다수에게서 차별을 당하고 고통 받는 비극은 세계 곳곳에서 벌이지고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한국에서도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다. 한국인의 차가운 시선에 숨죽여 울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 다문화가족은 없는지 다시 한번 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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