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희 전 대통령실장
임기 내내 대통령을 가장 힘들게 한 점을 꼽으라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인사’라고 말한다. 능력과 참신함을 겸비한 인재를 쓰고 싶지 않은 대통령은 없다. 또 백방으로 수소문도 한다. 하지만 결과는 대개 국민의 기대를 맞추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오죽하면 대통령실장 시절 “제발 좋은 사람 추천 좀 해 달라”고 여기저기 부탁까지 했을까. 이명박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헤드헌터사를 통해 인재를 추천받기도 했는데 여러 이유로 임명된 사람은 없었다. 역량, 도덕성, 철학의 공유, 균형감 등을 골고루 갖추면서 신선함까지 겸비한 인물은 현실적으로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검증보고서 작성자 출신도 봐야
후보군을 2, 3배수로 압축하는 과정에서는 200여 개 항목으로 된 자기검증서와 필요한 개인자료를 볼 수 있도록 본인동의서를 받는데 대개 여기서 언론 등에 노출이 된다. 보안을 위해 때로는 위장 후보까지 넣는 연막작전도 써봤지만 오히려 선의의 피해자만 생기고 별 효과는 보지 못했다. 이때 검증보고서의 검증은 꼭 필요한 작업이다. 사실관계 부분은 별문제가 없지만 주관이나 소문에 기초한 정성평가는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검증보고서가 과거 자료를 그대로 재활용하거나, 편향적으로 작성돼 억울한 결과를 낳을 뻔한 사례가 간혹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경쟁이 치열하거나 갈등이 심한 경우, 자기편은 유리하고 상대편은 불리하게 평가하는 경향도 있다. 따라서 최종 결정권자는 검증보고서를 작성한 사람과 평가 의견을 낸 사람의 성향과 출신까지도 살펴야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국민들은 청와대가 검증해 지명한 인사가 왜 나중에 갖가지 문제가 드러나는지 의아할 것이다. 변명 같지만 인사 검증은 수사가 아니기 때문에 후보자의 카드 명세서나 개인사 같은 세세한 부분까지는 살피기 어렵다. 또 규정에는 맞을지 몰라도 국민 정서에 안 맞는 경우도 있다. 결국 후보자 자신이 정직하게 밝혀야 하는데 스스로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돌이켜보면 인사로는 칭찬보다는 욕을 먹는 일이 훨씬 많았던 것 같다. 그래서 인사를 정국운영 카드로 쓰는 것은 말리고 싶다. 꼬인 정국을 풀기 위해 인사 카드를 내놓지만 오히려 부담만 가중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정국 풀기 위한 인사, 부담만 가중
또 하나 여야는 물론이고 국민도 새 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눈으로 봐줬으면 한다. 완벽한 인간은 없기 때문에 어떤 인사든 이런저런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상대 당과 정부를 공격하기 위해, 내가 지지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작은 결점을 중대한 결격 사유로 포장하고 정쟁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권이 흔들리면 상대 당은 좋아하겠지만 결국 그 피해는 국민이 받기 때문이다.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