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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北의 현금줄 막고 무기전용 가능한 물품 모두 잡아낸다

입력 | 2013-01-24 03:00:00

■ 안보리 그물망 제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22일(현지 시간) 만장일치로 내놓은 결의 2087호는 유엔의 역대 북한 로켓 발사 관련 결의 중 가장 수위가 높다. 국제 사회의 일반적 예상보다 훨씬 강력한 대북 제재 방안을 담고 있다. 제재의 그물망이 훨씬 더 촘촘해졌고 북한의 추가 도발에 대해서는 ‘중대한 조치’를 즉각 취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까지 담았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로 이어지는 북한의 로켓 발사나 핵실험 도발을 더는 좌시하지 않겠다는 국제 사회의 엄중한 경고 메시지를 분명히 밝힌 것이다.

○ 빠져나갈 구멍 좁힌 ‘대북 그물망’

지난해 12월 12일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이후 이번 결의가 채택되기까지 40일이 넘게 걸렸다. 시간이 오래 걸린 만큼 결의의 강도는 예상보다 셌고, 분야도 더 넓어졌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대북 제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빈틈을 메워 제재의 효율성을 크게 높였다. 이른바 ‘캐치올(catch-all)’방식의 대북 제재가 대표적이다. 일반 상용 품목으로 현재 금수(禁輸)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북한에서 군사적으로 전용이 가능한 모든 물품의 수출입까지 통제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이다.

대량의 현금을 의미하는 ‘벌크 캐시(bulk cash)’에 대한 규제도 이번 결의에 새로 포함됐다. 국제 금융망을 통해 정식 거래를 하기 어려운 북한이 현금으로 무기 거래를 하지 못하도록 봉쇄하겠다는 것이다. 유엔 안보리는 북한이 제재를 피해 외교행낭이나 인편을 통해 10만∼100만 달러씩 거액의 현금 거래를 한 사실을 적발한 바 있다.

북한의 추가 도발 시 유엔 안보리가 자동으로 조치에 나서도록 하는 ‘트리거(trigger) 조항’도 강화됐다. 앞으로 북한이 미사일 발사 또는 핵실험 도발을 다시 할 경우 ‘중대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명시한 것이다.

김숙 주유엔대표부 대사는 유엔본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번 결의안에) 100% 만족한다”라고 말했다.

○ 추가된 대북 제재 대상은 로켓 발사 총지휘한 개인과 기관들

유엔 안보리는 이번 결의에서 대북 제재 대상 단체 6개와 개인 4명을 추가로 지정했다. 이 중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는 지난해 2차례의 북한 장거리 로켓 발사를 주도했고 그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말 북한 당국으로부터 김정일 훈장을 받은 북한의 핵심 기관이다. 동방은행은 이미 제재 리스트에 올라있는 무기 제조 및 수출업체인 청송연합에 자금을 지원했다. 또 이란의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관여한 세파은행 등 이란 금융기관과도 거래해 왔다.

조선금룡무역과 토성기술무역, 조선연하기계합영회사, 홍콩의 ‘리더 인터내셔널’은 모두 미사일과 장거리 로켓 발사에 관련됐거나 북한의 해외 무기 거래에 연루된 것으로 정보 당국이 파악한 곳들이다.

개인 제재 대상으로는 백창호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 위성통제센터 소장과 장명진 서해위성발사장 총책임자, 단천상업은행 관리인 라경수, 김광일 등이 추가됐다. 단천상업은행은 재래식 무기, 미사일과 그 부품의 판매를 담당해 온 금융단체로 2009년 유엔 안보리의 첫 대북 제재 대상인 3곳 중 하나다.

○ 유엔 제재보다 더 무서운 양자 제재

강도 높은 유엔의 대북 제재가 발표되자 국제 사회의 논의의 초점은 양자 차원의 제재로 즉각 옮아가고 있다. 한미일 3국은 그동안 양자 차원에서의 금융 및 해운 제재 방안 등을 긴밀히 협의해 왔다. 이와 관련해 23일 방한한 글린 데이비스 미국 국무부 대북 정책 특별대표는 24일 임성남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후속 대책을 협의할 예정이다.

양자 제재 방식으로 북한의 돈줄을 죄는 이른바 ‘방코델타아시아(BDA)식’ 금융 제재와 함께 대(對)이란 제재 방식인 포괄적 금융 재제 등이 거론된다. 북한을 왕래하는 선박의 타국 입항을 제한하는 내용의 해운 제재도 검토돼 온 내용이다.

그러나 북한이 3차 핵실험 준비를 완료한 상황에서 이를 중단시키기 위한 수단의 하나로 양자 제재 카드를 남겨 둬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정부의 한 고위 당국자는 “북한을 너무 궁지로 몰아 옥죄기만 하는 것은 최선이 아닐 수 있다. 그들에게도 ‘돌파구가 있다’라는 신호를 보낼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정은 기자·뉴욕=박현진 특파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