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무역오지에 한국상품전… 한류 붐 일으킬 것”
24일 KOTRA 화상회의실에서 본보 장강명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KOTRA 신설 무역관의 관장들. 화면 오른쪽 위가 카타르 도하의 박태화 무역관장, 왼쪽 아래가 탄자니아 다르에스살람의 류영규 무역관장이다. 왼쪽 위는 장 기자. KOTRA 제공
24일 서울 서초구 염곡동 KOTRA 본사 화상회의실. 9월 문을 연 탄자니아 다르에스살람무역관의 류영규 관장이 내년 계획을 이렇게 말했다. 그는 “무역관을 개설한다는 것은 일부 직원에게만 주어지는 특권”이라고 강조했다.
○ 시장 개척 위해 가방 하나 들고 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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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인도네시아 김군기 수라바야무역관장, 에콰도르 유성준 키토무역관장, 파라과이 김윤희 아순시온무역관장, 인도 신승훈 벵갈루루무역관장.
인도네시아 제2의 도시인 수라바야의 김군기 관장은 내년 5월 열리는 서울국제식품대전에 인도네시아 국가관을 유치하는 일에 이달 내내 매달렸다. “한번 맺은 인연은 반드시 다음 행사에서 되살려야 밀접한 관계로 만들 수 있다”는 그는 수라바야 상공회의소장을 무역관 개관식에 초대하고 식사를 같이 하며 서울국제식품대전 설명회에도 귀빈으로 초대해 발언 기회를 주는 등 각별히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 한국과 교역이 늘고 있는 파라과이의 김윤희 아순시온무역관장(여)도 서울국제식품대전 파라과이관 유치를 위해 애쓰고 있다. 김 관장은 한국과 파라과이 간의 거리가 멀어 기업인들이 직접 만나는 건 어려움이 있는 만큼 내년에는 사이버상담회를 개최하고 예산을 확보해 아순시온과 사우다드델에스테에서 소규모로 한국상품전시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 전시회 참가 ‘바쁘다 바빠’
자원이 풍부하고 인구가 7000만 명을 넘어 성장잠재력이 큰 콩고민주공화국의 홍성국 킨샤사무역관장은 “한국 제품에 대한 현지 반응이 좋아 3개월간 바이어를 세 차례나 방한하게 했다”며 “내년에는 자체적으로 구매사절단을 만들어 한국에 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나라 기업인이 방한 비자를 받는 데 필요한 한국 기업의 초청장을 구하기 어렵다는 게 요즘 그의 고민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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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콰도르 키토의 유성준 무역관장은 이달 에콰도르의 경찰장비 공급 공기업을 한국의 방산수출상담회에 초청해 한국산 방탄원단과 보안장비를 소개했다. 또 에콰도르 의류기업을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한국섬유전시회에 보내 한국산 의류원단 수출 기회를 마련했다. 인도 정부의 더딘 행정 처리로 4개월이 다 돼 가도록 무역관 설립 승인을 받지 못한 벵갈루루의 신승훈 관장은 무역관 정식 개관이 최우선 과제다.
○ “휴일엔 깻잎 사러 옆 나라로”
신임 무역관장들이 말하는 연말연시 개인 계획은 낭만이나 들뜬 분위기와는 거리가 먼 ‘생존활동’에 가까웠다. 류영규 다르에스살람무역관장은 3박 4일간 이집트 카이로에 가서 참치캔과 꽁치통조림, 깻잎 같은 한국 식품을 사오겠다고 말했다. 탄자니아는 물류·유통시설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물가가 비싸고 한국 음식을 파는 식당이 한 곳도 없어 6개월에 한 번씩 카이로에 가서 쇼핑을 한다는 것이다.
신승훈 벵갈루루무역관장은 “3개월 만에 겨우 세관을 통과한 이삿짐을 정리하며 연말을 보내겠다”며 “그동안 양복 두 벌로 버텼다”고 말했다. 홍성국 킨샤사무역관장은 이삿짐을 부친 지 5개월 됐으나 아직 받지 못했다. 그는 “관세청에 아는 사람이 있는데 150달러(약 16만 원)만 주면 짐을 빨리 찾아주겠다”고 나선 자칭 ‘에이전트’에게 돈을 줄까 말까 고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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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준 키토무역관장은 “다른 중남미 국가와 달리 에콰도르 사람들은 차분하고 파티를 별로 즐기지 않는다”며 “1년 내내 계절 변화가 없기 때문에 크리스마스 분위기도 안 나고, 나 역시 조용하게 지인들과 간단히 식사를 하면서 보내겠다”고 말했다. 김윤희 아순시온무역관장은 “그동안 너무 정신이 없어 한국을 그리워할 마음의 여유도 없었다”며 “그림을 그리면서 지구 반대편에서 향수를 달래려 한다”고 소개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