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공식 출범한 아베 신조 총리의 자민당 내각에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일본을 되찾는다’는 공약을 내걸고 3년 3개월 만에 재집권한 아베 총리는 지나친 우경화 경향과 군국주의로 회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집권 과정에서 평화헌법 개정과 집단자위권 도입을 공언(公言)한 아베 내각은 중국의 급부상에다 미국의 아시아 회귀 정책과 맞물려 동북아 지역을 갈등의 회오리 속으로 몰아갈 공산이 크다.
아베 총리의 첫 조각(組閣)에서 드러난 면면을 보면 한국과 중국의 우려가 깊어질 수밖에 없다. 교과서 검정 문제 등을 담당할 문부과학상에 내정된 시모무라 하쿠분은 일본군 위안부의 존재를 부정하는 인사다. 그는 교과서 검정 기준을 바꿔 아시아 주변국에 대한 배려를 담은 ‘근린제국(近隣諸國) 조항’을 수정하려고 한다. 지난해 8월 한국의 독도를 살펴보겠다며 막무가내로 울릉도 방문길에 나섰던 극우 정치인 2명도 각료 명단에 이름이 올랐다. 과거사 및 영토문제를 놓고 한국 중국과 일전을 불사하겠다는 것인가.
이래서는 시마네 현이 주도한 ‘다케시마의 날’ 행사를 국가행사로 승격하는 것을 늦추고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의 공무원 상주 계획을 유보한다는 아베 내각의 움직임을 진심으로 믿을 사람이 없다. 내년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이웃 나라들과 외교적 마찰을 피하려는 ‘정치적 꼼수’라는 의혹이 제기된다. 일본의 우경화는 국가 위상 추락에 따른 초조감의 산물이지만 종국에는 일본의 국익을 해치는 자충수(自充手)가 될 것이다. 과거사를 부정하고 국제적 책임을 외면하는 시대역행적인 행태로는 주변국은 물론이고 세계인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 일본이 한국 중국과 계속 갈등을 빚을 경우 미국의 버락 오바마 2기 행정부로부터도 호응을 끌어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