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가 늘어나는 건 싫지만 이왕 생길 거라면 재력 있고 힘 있는 시어머니가 좋다.”
동아일보가 최근 주요 은행장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금융감독체계 개편에 대해 응답자들이 밝힌 속내입니다. 설문 대상자 9명 중 이 질문에 응답한 5명이 모두 금융부 신설에 찬성했고, 4명은 금융감독원의 건전성 감독기능과 소비자 감독기능의 이원화에 대해서는 반대했습니다.
설문에 답한 한 은행장은 금융위원회를 금융부로 확대 개편하는 것과 관련해 “정책의 일관성과 집행력 강화를 위해서는 단일 부처에서 총괄적으로 운영하고 추진하는 시스템이 효율적이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다른 은행장도 “국내시장과 국제시장의 연동성이 매우 높아진 상황에서 국내외 금융의 일관성 있는 정책 수립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금융부 신설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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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금융감독체계 이원화에 대해서는 비효율성과 혼선을 이유로 반대하는 목소리가 많았습니다. 한 은행장은 “이원화는 이중규제로 인한 과다비용 발생 등의 문제점을 초래하고, 두 감독기구 간 입장이 상이하거나 상호 충돌하는 때는 이해조정이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설문 결과에 대해 ‘금융권의 시월드(시댁, 시집살이를 의미하는 속어)에 대한 시각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합니다. 현재 금융위와 금감원이라는 두 시어머니를 두고 있는 은행들은 두 기관이 다른 입장을 취할 때마다 큰 혼선을 겪어야만 했습니다. 따라서 금융위에다 건전성감독원과 소비자감독원 등으로 시어머니가 3명으로 늘어나는 게 달가울 리 없다는 해석입니다. 반면 금융부는 신설되면 은행의 요구를 정책에 잘 반영해주고, 예산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같은 금융권의 바람은 이뤄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박근혜 당선인이 대선 공약에서 금융감독체계 이원화를 지지하고 나섰기 때문입니다. 공약대로 실행된다면 금융권은 3명의 시어머니를 모실 개연성이 더 큽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