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진 연출 뮤지컬 ‘완득이’ ★★★★
대학로 소극장 뮤지컬의 정서에 대형 뮤지컬의 스케일을 더한 창작 뮤지컬 ‘완득이’. 원작에는 등장하지 않는 ‘신(神)’ 캐릭터(배우 이정수·가운데)가 폭소를 자아낸다. 에이콤인터내셔날 제공
이 작품은 영화로도 만들어져 인기를 모은 김려령 작가의 동명 소설이 원작. 이야기나 무대 문법에서 앞에 나열한 소극장 뮤지컬을 따르면서도 웬만한 대형 뮤지컬 못지않은 무대 세트에 시원한 군무와 볼거리들을 배치했다. 결과적으로 태생은 분명 대학로 뮤지컬이지만 그 범주를 뛰어넘었다.
공연장의 위치도 절묘하다. 700석 규모의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다. 이화사거리 모퉁이에 최근 새로 들어선 홍익대 대학로 캠퍼스 건물 안에 있다. 대학로의 중심에서 벗어나 있던 이화사거리에 대학로 일대 가장 큰 규모의 공연장이 들어선 셈이다.
동명 소설과 영화가 성공한 이유 중 하나는 개성 넘치는 캐릭터에 있었다. 이번 뮤지컬에선 관객이 포복절도할 새로운 캐릭터를 추가했다. 틈만 나면 완득이가 ‘동주 좀 죽여줘요’라고 기도하는 달동네 교회의 ‘신’이다. 거대한 몸집과 산적 같은 얼굴의 배우 이정수가 앙드레 김을 연상시키는, 어깨 부분이 심하게 과장된 흰 정장을 입고 나온다. 이 씨는 욕을 입에 달고 사는 완득이의 이웃 ‘씨불놈’과 동주의 아버지까지 1인 3역을 소화했다.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 ‘서편제’의 한지상과 함께 주인공 완득이를 번갈아 맡는 정원영은 뮤지컬 ‘스트릿 라이프’에서 보여준 대로 소년 같은 얼굴이다. 날렵한 몸놀림에 랩도 잘 소화해 시니컬한 소년 완득이의 이미지에 딱 맞았다. 그룹 동물원의 리더 박기영이 처음 작곡한 뮤지컬 넘버들은 친근하고 서정적이면서 대사의 역할까지 훌륭히 해냈다.
극 막판 관객의 감정을 반복적으로 고조시키면서 질질 끄는 마무리 처리는 아쉽다. 김이 새면서 감동의 밀도도 약해졌다. 뒷부분은 오히려 여운을 남기는 과감한 생략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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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