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형’ 출범 1년 돌아보니
‘헤지펀드’ 하면 먼저 떠오르는 말들이다. 기대 반 우려 반 속에서 한국형 헤지펀드가 출범한 지 1년을 맞았다. 수탁액 규모는 7배로 늘었지만 ‘새로운 시장 형성’ ‘금융기법의 진화’라는 기대를 안고 출범한 것에 비해서는 지지부진하다는 평가다.
○ 여전히 계열사 종잣돈으로 연명
수탁액 1조 원은 해외 유명 헤지펀드들과 견주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작은 규모다. 미국 브리지워터어소시에이트의 수탁액은 761억 달러(약 82조 원)로 한국 헤지펀드 수탁액을 전부 합친 것보다 80배 이상으로 많다.
더구나 헤지펀드 운용실력만 보고 돈을 맡긴 ‘진짜 투자자’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장은 “수탁액 대부분은 펀드 운용사의 관계사나 종잣돈을 지원하는 프라임 브로커들에게서 나온 것”이라며 “개인투자자들은 매우 드물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을 포함한 4대 연기금도 아직 헤지펀드에 투자하지 않고 있다. 국민연금은 한국형 헤지펀드의 실력을 좀 더 지켜보고 “할 만하다”는 평가가 나온 뒤에야 투자하겠다는 방침이다. 개인은 약 110명이 700억 원가량을 투자한 것으로 파악된다.
○ 펀드별 수익률 들쭉날쭉
더 좋은 수익률을 내려면 좀 더 다양한 자산에 다양한 전략으로 투자할 수 있어야 하지만 한국형 헤지펀드의 운용전략은 해외 헤지펀드에 비해 단순하다. 대부분 국내 주식 롱숏(저평가된 주식을 사고 고평가된 주식을 파는) 전략에 의존할 뿐 해외시장 투자, 기업 인수합병(M&A)이나 구조조정 기회를 활용하는 데는 미숙하다.
펀드매니저와 애널리스트 등 운용인력도 부족하다. 해외 헤지펀드는 회사당 애널리스트만 수십 명이지만 국내 헤지펀드 운용 전문인력은 현재 57명 수준이다. 이 중 미국 홍콩 등 해외에서 헤지펀드 운용경험을 지닌 전문가는 7명 정도에 불과하다.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금융투자업계가 한국형 헤지펀드에 거는 기대는 작지 않다. 또 저금리-저성장 시대에 투자처를 찾기 힘든 상황에서 헤지펀드가 새 투자처로 각광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크다. 이준용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는 “지난해와 올해는 채권에 투자해 일부 수익을 냈지만 앞으로도 채권에서 수익을 올릴 수 있느냐라는 질문엔 쉽게 대답할 수 없다”며 “2∼3년 뒤면 시장에서 검증받은 헤지펀드가 대체 투자수단으로 큰 인기를 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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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지 기자 n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