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 몰린 시민들 22일 오전 서울 지하철 1호선 신도림역이 출근길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정치권이 ‘택시법’ 본회의 상정을 보류하자 버스업계도 이날 오전 운행 중단을 철회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당장 오늘 일당 9만 원 받아서 다음 달 방값 26만 원 내야 하는데….” 윤 씨의 한숨 섞인 한마디다.
○ 첫차 못 타면 하루 날리는 설움
하지만 첫차 시간인 오전 4시부터 2시간가량은 버스가 다니지 않았다. 피해는 이 시간대에 버스로 출근해 어렵게 생계를 이어가는 일용노동자 식당종업원 등이 떠안았다.
윤 씨도 경기 남양주시 평내동 건설 현장으로 가기 위해 이날 오전 5시부터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역 버스환승센터에서 광역버스를 기다렸지만 버스는 오전 7시가 다 돼서야 오기 시작했다. 이미 현장 사무소로부터 ‘늦었으니 아예 나오지 말라’는 전화가 걸려온 뒤였다. 침체된 건설 경기 탓에 어렵사리 잡은 일감이라 허탈감이 더했다.
평소 엄두도 내지 못했던 택시를 타야 한 사연도 있다. 최모 씨(53·여)는 서울 종로구 부암동의 건설현장식당에 오전 6시까지 출근한다.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에서 걸어서 40분 거리. 버스를 기다릴 수도 일당을 포기할 수도 없던 최 씨는 택시를 탔다. 택시비 4500원은 최 씨가 1시간 일해야 벌 수 있는 돈이다. 하루라도 빠지면 ‘다음부터 나오지 말라’는 통보를 받을까 봐 걱정돼 내린 결정이었다.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에서 청소일을 하는 박모 씨(57·여)는 21일 밤 아예 당직실에서 잠을 잤다. 경기 의정부시 집에서 첫차를 타지 못하면 출근시간인 오전 6시까지 도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 파업도 못 하는 이들의 하소연
일용노동자 김모 씨(48)는 “버스업계도 고충이 있겠지만 ‘반짝 파업’으로 실력을 과시하는 동안 피해를 보는 건 우리 같은 도시 하층민”이라며 “버스나 택시 운전사처럼 힘 모아 하소연할 수도 없는 처지라 한숨만 나온다”고 말했다.
조건희·박희창·김재영 기자 bec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