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이터, 집요한 매매작전 소개
중국과 일본 간에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영유권 분쟁을 촉발한 일본 정부의 국유화 조치 뒤에는 수백억 원의 빚을 진 섬주인의 집요한 매매 작전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로이터통신은 12일 센카쿠 열도 5개 섬 가운데 3개를 20억5000만 엔(약 300억 원)에 일본 정부에 매각한 섬 소유주는 사이타마(埼玉) 현 오미야(大宮) 구의 부동산개발업자인 구리하라 구니오키(栗原國起·70) 씨라고 보도했다. 이 통신은 그의 동생 히로유키 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매매 과정을 소개했다.
통신에 따르면 구리하라 씨는 1970년대 오키나와 언론인이었던 고가 젠지(古賀善次) 씨에게서 섬을 매입한 뒤 2006년부터 일본 정부에 섬을 팔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정부가 다른 국유지와 바꾸자고 제안하자 이를 거절해 왔다.
당시 구리하라 씨는 15억 엔(약 206억 원)가량의 빚을 지고 있었다고 통신은 밝혔다. 또 사이타마 현 오미야 구를 기반으로 부동산 사업과 쌀 도매업을 하면서 은행 차입금으로 75필지의 부동산까지 저당 잡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매매 실무를 맡았던 이노세 나오키(猪瀨直樹) 도쿄 도 부지사도 “그의 재산 중 상당 부분이 은행에 담보로 잡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로이터통신에 밝혔다. 그러던 중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가 중국과의 분쟁을 차단하는 수단으로 센카쿠 국유화를 추진하자 구리하라 씨는 일본 정부와도 양다리를 걸치는 작전에 돌입했다. 현금 매입을 제시한 도쿄 도 때문에 정부도 현금 거래 의사를 밝히자 구리하라 씨는 올 6월 매매 승인이 도쿄도 의회에 묶여 있는 상황을 빌미로 이시하라 전 지사와의 협상을 파기했다.
현재 도쿄 외곽에 살고 있는 구리하라 씨는 올 9월 섬 매각을 끝낸 뒤 보안카메라와 경비견들에 둘러싸인 자택에서 두문불출하며 세상의 이목을 피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