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진출을 성장 동력으로 삼으려는 국내 식품기업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중국인의 입맛 잡기에 나서고 있다. 대상 청정원이 식품박람회에서 연 떡볶이 시식회. 각 업체 제공
100여 개 기업의 부스 중에서 특히 방문객들이 줄을 길게 늘어선 곳이 있었다. 한국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참가한 대상 청정원 부스였다. 방문객들 대다수는 “청정원이란 브랜드를 잘 모른다”고 했다. 카이펑에서 제일 큰 마트에도 청정원 제품은 아직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 한식 불모지서 떡볶이 시식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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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고기양념이 맛있어요. 중국음식과 다른데도 입맛에 맞네요.”
“고추장은 별로였어요. 중국에도 매운 요리가 많지만 이건 조금 이상한 매운 맛이에요.”
현지인들은 정통 고추장 떡볶이나 중국식 XO소스보다 불고기양념에 높은 점수를 줬다. 한국 음식이지만 낯설지 않다는 반응이었다. 시식을 마친 뒤 전시된 불고기양념을 살펴보며 “어디에서 살 수 있느냐”고 묻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대상 중국지사의 고재익 부장은 “중국인들은 주로 외식을 하지만 최근에는 집에서 먹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 간편식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본다”며 “제품 개발에 앞서 어떤 맛을 좋아하는지 테스트하기 위해 이번 박람회에 참가했다”고 말했다.
○ 시행착오 딛고 내륙지방까지 공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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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대형마트에서 판매 중인 CJ제일제당의 중국 전용 다시다(위 사진), 오리온의 초코파이. 각 업체 제공
대상은 중국에서 2009년 해선탕면과 자장면, 2010년에는 떡볶이를 출시했다. 모두 국내에 없는 중국시장 전용 제품이지만 현지인들에게 인기를 끌지 못했다. 순창고추장도 교포들에게는 잘 팔렸지만 중국인들에게는 호응이 없었다. 대형마트 판매대에 진열해둬도 고추장을 어디에 써야 하는지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대상 중국지사 고 부장은 “식품박람회에는 요리사들이 많이 오는데 그들에게 우리 음식 맛을 보여줘야 한다. 요리가 먼저 알려져야 제품도 팔린다”고 설명했다.
이런 시행착오는 중국에 진출하는 식품업체라면 한 번쯤 거치는 통과의례다. CJ제일제당은 주력 제품인 쇠고기 다시다를 앞세워 2000년대 초 중국 조미료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교포들을 제외하면 시장 반응이 신통치 않았다. 중국인들은 요리에 닭고기를 원료로 한 ‘지징(鷄精·계정)’을 주로 사용해 쇠고기 조미료는 인기가 없었던 것이다.
CJ제일제당은 베이징에 연구개발(R&D) 센터를 세우고 1년간 개발 과정을 거쳐 2006년 말 닭고기 다시다를 내놨다. 그 덕분에 다시다 매출은 2007년 110억 원에서 2011년에는 300억 원으로 성장했다. CJ제일제당은 베이징을 비롯한 중국 동북 지역에서 기반을 다진 뒤 중부 내륙지방으로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중국 시장에 가장 성공적으로 진입한 식품업체로 평가받는 오리온도 처음부터 성공한 것은 아니다. 진출 초기인 1995년에는 중국에 유통 중인 ‘초코파이’에서 곰팡이가 생겼다는 소비자 불만이 잇따랐다. 남부지역의 더운 날씨 때문에 변질된 것이었다. 오리온은 제품을 전량 수거해 소각하고 날씨를 견딜 수 있는 포장지를 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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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펑=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