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의 변신 Season 2<6>스마트 자급자족형
마당이 있는 복층 아파트. 거실에서는 2층 높이로 툭 트인 마당의 간이 농장을 내다볼 수 있다. 2층 주 침실에선 마당과 아파트 건물 밖의 도시 전경이 보인다. 방이 모자라면 마당을 좁게 쓰는 대신 주 침실 아래에 별채를 둘 수도 있다. THE_SYSTEM LAB 제공
유독 한국에서 강하게 드러나는 주거에 대한 집착은 땅에 대한 관심이, 생활과 좀 더 직접적으로 관련된 집에 투영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요즘 일고 있는 ‘땅콩 주택’ 열기는 아파트라고 하는 공동 주거 양식이 충족해주지 못했던 가치를 사람들이 얼마나 원해 왔는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그 가치는 ‘땅’과 가까운 생활방식이 건강한 삶을 보장할 것이라는 기대에 근거한다. ‘거실에서 TV 보고, 식당에서 밥 먹으며, 각자의 방에서 잔다’로 요약되는, 극단적으로 단순화된 아파트 생활에서 몸과 마음은 결코 건강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이가 많은 것이다. 하지만 서민들이 아파트라고 하는 집합주거의 형식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마당이 있는 이층집
여기서 제안하는 자급자족형 아파트의 단위 가구는 12평짜리 마당을 포함해 42평 규모의 복층이다. 우선 집의 구조를 들여다보자. 방은 가족 구성원과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2개 혹은 3개로 만들 수 있다. 1층엔 마당과 마당이 내다보이는 거실, 주방, 안쪽 방 하나가 있다. 2층은 침실용 공간인데 하나로 넓게 쓸 수도 있고 둘로 나눠도 된다. 마당 위에 있는 주 침실에선 아래층 마당의 정경과 아파트 바깥에서 바쁘게 돌아가는 도시 풍광을 즐길 수 있다. 마당을 좁게 쓰는 대신 주 침실 밑에 별채의 방을 둘 수도 있다.
마당에는 간이 농장으로 쓸 수 있도록 담장에 폭 50cm, 길이 3m, 깊이 30cm 크기의 플라스틱 플랜트 박스 8개를 설치한다. 플랜트 박스에는 급수 장치와 조명 장치가 있어 실내에서 온도조절기를 사용하는 것처럼 간단한 조작으로 채소들이 자라기에 적절한 환경을 만들 수 있다. 플랜트 박스에서 8종류의 채소를 키우는데 이 정도 규모라면 4인 가족이 먹고도 남을 만큼의 양을 수확할 수 있다. 먹고 남은 채소는 아파트 공동 집하장에서 판매한다.
겨울에는 마당 바깥쪽에 설치해둔 반투명의 슬라이딩 패널 도어를 닫아 냉기를 막는다. 이 패널 도어의 소재는 단열효과와 빛 투과성이 좋은 가벼운 폴리카보네이트이다. 다시 말해 겨울에도 마당을 비닐하우스처럼 쓸 수 있어 간이 경작을 이어갈 수 있는 셈이다. 겨울철에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마당. 이것은 일반 주택에서는 누릴 수 없는 혜택이다.
자가발전으로 관리비 낮추기
마당이 있는 복층 아파트 빌딩의 외관. 외벽에 붙어 있는 검게 보이는 부분이 태양전지판이다. 개별 가구는 전기를 스스로 만들어 쓸 수 있다. THE_SYSTEMLAB 제공
마당이 있는 아파트라면 여러 가지 활동이 가능하다. 화초를 가꾸고, 애완동물을 풀어놓고 키우며, 아침에 일어나 신선한 공기를 마실 수 있다. 친지를 불러 가벼운 파티를 해도 좋다. 어린 자녀가 있는 집에서는 모래판을 만들어 모래장난을 실컷 즐기게 할 수 있다. 빨래를 하고 나서 건조기를 사용할 때 옷감이 많이 상할까봐 걱정인 주부들이라면 볕이 좋은 날 마당에서 빨래를 말려도 된다. 캠핑을 다녀온 뒤 텐트와 장비들을 말려 정리하기에도 좋으며, 안심하고 자전거를 세워두기에도 넉넉한 공간이다.
전 세계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에 대한 걱정이 많다. 이산화탄소 때문에 지구가 병들어가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건강한 환경’은 건축에서도 중요한 화두가 된 지 오래다. 거의 모든 건설업체가 단지 내 녹지 공간을 늘리고 친환경 자재를 사용한다고 홍보한다.
마당이 있는 이층집 아파트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여주기 때문에 환경친화적 아파트의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 사람들은 도시 안에서 빡빡하게 살면서도 무인도에서 자급자족하는 삶을 꿈꾼다. 마당이 있는 자급자족형 아파트라면 도시인들의 도시 탈출 꿈을 실현하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김찬중 THE_SYSTEM LAB대표·경희대 건축학과 초빙교수
※본보에 소개된 아파트 설계 아이디어와 이미지의 저작권은 필자에게 있습니다.
①서현 한양대 건축학부 교수 ②조남호 솔토건축소장 ③황두진 황두진건축소장 ④김광수 이화여대 건축학부 교수 ⑤정현아 DIA건축소장 ⑥김찬중 THE_SYSTEM LAB 소장 ⑦안기현 이민수 Ani_스튜디오 공동소장 ⑧장윤규 국민대 건축대학 교수·운생동 건축 대표 ⑨임재용 OCA건축소장 ⑩양수인 삶것(lifethings)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