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늑대소년’서 가련한 소녀 ‘순이’역
배우 박보영은 “중기 오빠랑 나온다고 저를 미워하시면 안 돼요. 관객들이 스스로 순이라고 생각하며 영화를 관람하면 어떨까요”라고 말했다. 더 컴퍼니 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에서 기타를 직접 연주하면서 노래하는 순이 앞에서 철수의 야생의 눈빛은 점점 사그라진다. ‘과속스캔들’의 ‘아마도 그건’을 부르는 장면에서 그랬듯, 박보영은 아련한 목소리로 섬세하게 화면을 사로잡았다.
“실제로는 너무 긴장해 심장 소리가 기타 소리보다 크게 들릴까봐 걱정했어요. 연주에 푹 빠져버린 철수의 표정이 그 장면을 더 없이 살린 거죠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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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그는 자신이 어린 여자아이 같은 연기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닌가 고민했다고 한다. 이제는 그 캐릭터를 단점이자 장점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영화 속에서 (순이가) 애견훈련 책을 뒤적이면서 ‘기다려’ ‘먹어’ 하며 참 잘 조련하잖아요. 그거 정말 쉬운 일이 아니더라고요.”
눈빛과 분위기로 상대역의 감정을 전달받기 위해 평소보다 세 배는 더 몰입했다고 그는 말했다. “오가는 대화 없이 늑대소년이 ‘으르렁, 그르렁’만 하니까 처음에는 너무 막막했어요.” 촬영에 집중이 되지 않을 때는 시나리오를 처음 읽고 펑펑 울면서 “꼭 이 작품을 하고 싶다”고 할 때를 떠올렸다.
그는 자신의 역할을 생각하기에 앞서 시나리오 자체의 인상이 강한 작품을 선택한다고 했다. “예쁘지 않은 캐릭터에 대한 두려움은 없어요. 김해숙 선배를 닮고 싶어요. 엄마로 나와도, 사랑하는 연인으로 출연해도 자연스럽게 관객을 끌어들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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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 오빠가 다섯 살 위인데 장난으로 분위기를 잘 끌어주고, 배려심도 많았어요. 늑대로 분장할 때는 둘이 함께 털 한올 한올을 정리했어요. 짐승의 본능이 분출돼 거친 모습이어야 하는데 털이 붙으니까 작은 머리가 너무 보송보송하게 커져 귀엽다고 한참 놀렸죠. 후후.”
송금한 기자 emai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