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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동북부 삼킨 괴물 허리케인… 뉴욕 월가 첫 블랙아웃

입력 | 2012-10-31 03:00:00

■ 프랑켄 스톰 ‘샌디’ 100년만에 美 강타




미국 동북부 지역에서 100년 만에 가장 센 ‘프랑켄 스톰(괴물 폭풍) 허리케인’ 샌디가 29, 30일 미국을 강타해 최소 33명이 숨지고 13개 주 800만 가구의 전기가 끊기면서 미국의 주요 도시들이 ‘검은 유령의 도시’로 변했다. 미 연방정부를 비롯한 공공기관과 기업, 학교가 모두 문을 닫았고 원자력발전소 2곳도 발전을 멈췄다. 총 피해액은 100억∼200억 달러(약 11조∼22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돼 4분기(10∼12월) GDP가 0.2%포인트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왔다.

샌디의 직격탄을 맞은 뉴욕 맨해튼의 지하철과 지하터널 5곳은 완전 침수돼 복구하는 데만 수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해안에서는 최고 10m에 가까운 파도가 덮쳐 해안도로는 물론이고 주변 건물까지 파괴했다. 맨해튼 동부에서는 송전기가 터지는 대형 폭발사고가 일어나 인근 지역의 전기 공급이 전면 중단됐다. 뉴저지 주 모나키에서는 댐의 균열이 발생해 3개 타운의 주민 수천 명이 고립되었다가 구조되는 일촉즉발의 순간을 맞기도 했다.

30일 CNN 등 미 주요 언론에 따르면 전날 오후 8시 미 뉴저지 주 애틀랜틱시티 해안가에 상륙한 샌디는 뉴욕 뉴저지 버지니아 델라웨어 펜실베이니아 주 등 미 동북부를 휩쓸고 지나갔다. 쓰러지는 나무가 행인과 차량을 덮쳐 뉴욕에서만 5명이 숨졌다. 샌디가 미국 대륙을 처음 만난 뉴저지 주 애틀랜틱시티를 비롯해 델라웨어 주 레호보스비치, 메릴랜드 주 오션시티 등 해안 지역은 파도가 덮쳐 해안도로가 침수되고 주변 건물들이 크게 파손됐다.

미 전력회사인 콘에디슨은 침수로 전력설비가 파손되고 전력감전 사고가 날 것을 우려해 월가 등이 포함된 맨해튼 남부와 브루클린 등지의 3만7000명의 고객에 대해 강제 단전 조치를 취했다. 뉴욕대 메디컬센터가 정전되면서 200여 명의 환자가 다른 병원으로 긴급 이송되기도 했다.

이스트 강과 허드슨 강이 넘치면서 맨해튼 남부는 1m 가까이 물에 잠겼다. 지하철과 지하차도로 물줄기가 쏟아졌고 주요 건물과 차량 등의 침수 피해도 속출했다. 맨해튼 미드타운에 짓고 있는 초고층 아파트 ‘원57’의 80층 골조 상부에 있는 공사 크레인이 강풍에 부분 파손돼 추락할 위기에 처하면서 인근 주민이 긴급 대피하기도 했다.

30일 날이 밝은 뒤에도 워싱턴 등 주요 도심은 텅 비어 적막감마저 흘렀다. 주요 교량이 전면 통제되고 대중교통이 운행을 중단했다. 대부분의 공립학교가 30일까지 휴교에 들어가 학생 약 500만 명이 집에 머물렀다. 1만2000편의 항공기 운항이 취소되면서 하늘길까지 막혀 승객들이 발을 동동 굴렀다.

뉴저지 주 살렘 카운티의 핸콕스 브리지 원전 운영사인 PSEG 뉴클리어는 30일 물 순환 펌프에 발생한 문제로 원자로 1기의 가동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뉴욕 시에서 북쪽으로 72km 떨어진 인디언 포인트 원전의 원자로 1기가 전날 밤 외부 전력 문제로 가동이 중단됐다고 운영사인 엔터지가 밝혔다.

이에 앞서 미 원자력규제위원회는 메릴랜드 뉴저지 주 등에 위치한 10개 원전의 사고에 대비해 기술 인력을 급파했다. 폭우로 인근 하천 수위가 높아진 뉴저지 주 소재 2개 원전에 경계태세를 발령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30일 뉴욕과 뉴저지 주를 ‘중대 재난 지역’으로 선포하고 피해 주민 및 기업 지원을 위한 연방재정 지출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예상 피해 규모는 지난해 이 지역을 덮친 아이린보다는 크지만 2005년 뉴올리언스를 강타했던 카트리나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재난위험 컨설팅펌인 EQECAT사의 자료를 인용해 미국 인구의 20%가 이번 허리케인의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세계적 보험사인 AIG의 로버트 벤모시 최고경영자(CEO)는 29일 시카고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 “손해보험액 지급비용이 지난해 아이린(50억 달러·약 5조4000억 원) 때와 비슷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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