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우조선, 원유시추선 시뮬레이터 국내 첫 개발
대우조선해양 중앙연구소 직원이 시뮬레이터 조종석에서 반잠수식 원유시추선 안에서 대형 파이프를 운반하는 모습을 시연해 보이고 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23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대우조선해양연구소. 대우조선해양 정보기술팀 박광필 차장이 사무실 문을 열자 100㎡(30평) 남짓한 공간의 사방에 공상과학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대형 스크린이 설치된 조종실이 나타났다. 대우조선해양이 드릴십·반잠수식 원유시추선의 조종실을 그대로 땅 위에 재현한 조종 시뮬레이터로 이를 개발한 것은 국내에서 처음이다.
대형 스크린 앞에는 조종석 2개와 대형 스크린이 전후좌우로 설치돼 있었다. 실내의 내부는 실제 배 위의 조종실인 ‘드릴링 캐빈’과 동일하게 구성돼 있다. 화면을 통해 마치 1인칭 슈팅게임을 하는 것처럼 빨간색 작업복을 입고 안전모를 쓴 엔지니어 아바타를 따라 3차원(3D) 화면으로 시추선 구석구석을 둘러볼 수 있었다. 시야를 바다 아래로 넓히면 심해 속 시추시설과 시추선의 바닥 부분도 드러났다.
대우조선해양 정보기술팀 함승호 대리가 조종석에 앉아 스크린 안에 있는 기계를 움직이자 왼쪽에 있던 30m 길이의 시추용 파이프가 들어올려졌다. 이어 오른쪽에 있던 파이프 연결용 기계를 움직여 두 개의 파이프를 하나로 연결했다. 뒤쪽의 화면에서는 시추선을 조종하는 직원의 시각으로 실제 기계가 움직이는 상황을 3D 영상으로 볼 수 있었다. 이 시뮬레이터로는 영국 최대 석유회사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의 멕시코 만 원유 유출 사고와 같은 가상의 해상 폭발 사고 시나리오를 입력해 사고 상황에 신속하게 대처하는 훈련을 할 수도 있어 새로운 사고 방지 시스템 연구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 차장은 “이 장비를 활용하면 설계와 연구개발, 영업 분야 직원들을 훈련시켜 해양 사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선박 제작 때 발생하는 상황에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선주나 외부 연구소와 손잡고 연구 과제를 수행한 뒤 독자적인 시추 장비 개발에 활용해 해양플랜트 분야 경쟁력을 더욱 높인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박 차장은 “미국이나 유럽이 독점해 온 해양플랜트 장비를 국산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