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진 산업부 기자
그런 그가 명품업계 최고경영자(CEO)에 올랐으니 호사가의 관심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세간의 관심은 ‘막대한 재력으로 명품 브랜드를 인수해 직접 경영까지 맡은 재벌 며느리’ 정도로 요약된다. “패션이 화려해 보여 그저 한번 도전해 본 것”이라는 편견이 어느 정도 깃든 표현이다.
하지만 최근 청담동 플래그십 매장 오픈에 맞춰 처음 방한한 그의 실제 모습은 세간의 추측과는 크게 다른 모습이었다. 푸른색 드레스와 하이힐로 멋을 내긴 했지만 눈빛이나 태도에서 ‘졸부형 패션 피플’에게서 느껴지는 통상적인 느낌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일부 매체를 초청해 가진 오찬에서 기자들에게 에스카다 컬렉션에 대한 평가를 끝없이 묻는 모습에서 ‘에스카다를 굳건한 명품 브랜드로 재건시킬 냉철한 경영인’이라는 인상이 강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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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을 바라보는 유럽인들의 심정은 어떨까. 자금 사정이 급해 아시아 기업에 러브콜을 보내고는 있지만 길게는 수백 년씩 전통과 명성을 쌓아온 유럽으로선 착잡한 심정을 감추지 못한다. 영국의 자동차 브랜드 ‘재규어’가 2008년 인도의 타타모터스에 인수될 때 영국인들은 “월마트가 프라다를 산 꼴”이라고 한탄했다. 유럽의 일부 명품 기업은 “적어도 중국 자본에는 팔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고 전해진다.
아시아를 폄하하는 이런 시각을 뻔히 알면서도 유럽의 명품 브랜드를 차지하는 게 옳은 판단일까. 한국 입장에서 한번 보자. 한국이 유명 브랜드의 주인이 되면 얻게 될 효과가 적지 않다. 글로벌 패션 브랜드 노하우를 체화해 한국산 글로벌 브랜드를 준비하는 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프리미엄 브랜드를 다수 보유하는 것은 국가 브랜드 인지도를 프리미엄급으로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국가 브랜드의 프리미엄화’는 다른 한국산 제품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다.
이미 명품 브랜드 소비 규모로 따지면 한국은 인구 대비 최고 수준인 ‘럭셔리 코리아’로 통한다. 한국산 브랜드를 앞세운 ‘코리안 럭셔리’ 생산국으로 위상을 드높일 날은 아직 멀었지만 이제 기회가 왔다. 우리 품으로 들어오는 해외 명품 브랜드를 발판 삼아 우리 고유 제품의 브랜드 파워를 키우는 데 힘을 기울였으면 한다.
그러자면, 인수하는 명품 브랜드의 ‘명성’에 편승하는 수준에 그쳐선 안 된다. 해당 브랜드를 더욱 명품화시키고 발전시켜야 한다. 마치 원래부터 그 브랜드의 주인인 것처럼, ‘명품 브랜드 DNA’를 원래 가지고 있었던 것처럼. 메가 미탈 회장을 보면서 느낀 단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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