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일 개봉 영화 ‘회사원’서 킬러役 맡은 소지섭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형도는 겉으로는 평범한 직장인이지만 실제로는 ‘살인’이 곧 실적인 살인청부회사에서 시키는 대로 살아온 10년차 회사원이다. 드라마 ‘유령’에서 호흡을 맞췄던 배우 곽도원(38)이 상사로 나와 사사건건 그와 각을 세워도 묵묵히 자기 일만 한다. 표정 변화 없이 사무적으로 사람을 죽이는 액션 연기가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에서의 거리에서 자란 ‘차무혁’이나 ‘발리에서 생긴 일’에서 마음을 닫고 살아온 ‘강인욱’처럼 거친 카리스마를 내뿜는다.
그래도 그는 스스로를 ‘액션보다는 멜로가 더 잘 맞는 배우’라고 말했다. “가벼운 멜로 연기도 해보고 싶고 변화도 필요하다고 느껴요. 망가지는 연기도 두렵지는 않아요. 하지만 부자연스럽게 변신하고 싶진 않아요.”
맡은 배역 중 가장 자신과 닮은 역할이 누구였는지 물었다. 그는 경찰청 사이버 수사팀장 역할로 나왔던 드라마 ‘유령’ 전반부의 김우현을 꼽았다. 실제로는 내성적인 면도 있고 말수가 적은 그는 ‘지금까지 맡은 배역의 일부가 쌓여서 소지섭이 조금씩 변해가는 느낌’이라고 했다. 그래서 배우로서의 인생은 40대부터 다시 시작할 것 같다고 기대도 나타냈다. “세월이 주는 느낌은 연기로 꾸밀 수 없잖아요.”
조금 뜸을 들이던 그가 다시 진지하게 답했다. “연기는 나를 소진하는 일이고, 채울 시간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17년 동안 그는 연예계 활동에만 전념해왔다. “점점 이 일을 즐기고 있어요. 여전히 카메라 앞에서 감독의 ‘컷’ 소리가 나기 전이 가장 짜릿하거든요.”
송금한 기자 emai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