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銀 경제硏, 5743곳 조사
과도하게 대출을 받아 부동산에 투자했다가 부동산경기 침체가 장기화해 고통을 받는 중소기업이 적잖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기업 부동산푸어(Realestate Poor)’는 경기전망을 낙관하고 핵심 사업과 관계가 없는 부동산을 샀다가 현금흐름이 나빠져 부도를 냈거나 부도 위기에 몰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가 나이스신용평가정보에 등록된 5743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2010년 말 기준으로 총자산 대비 부동산 보유 비중이 50%가 넘는 419개 기업의 재무 현황을 분석한 결과다.
○ 무리한 부동산 투자에 발목 잡힌 중소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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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 대비 부동산 보유 비중은 419개 기업이 평균 50.1%로 일반 중소기업(27.1%)의 약 2배였다. 반면 평균 매출액(256억 원)과 영업이익(11억 원)은 일반 중소기업(532억 원, 29억5000만 원)의 절반을 밑돌았다. 총자산 대비 당기순이익(ROA)과 이자보상배율(ICR), 매출액 대비 금융비용, 영업이익 대비 부채 등 주요 재무지표가 모두 일반 중소기업에 뒤처졌다. 또 빌린 돈을 설비투자에 사용하는 데도 일반 기업보다 인색했다.
신동화 IBK경제연구소 부소장은 “이런 조건을 모두 고려할 때 419개 기업은 ‘부동산푸어’로 불릴 만하다”며 “조사대상 기업 100곳 중 7곳이 해당하는 수치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비중”이라고 진단했다.
○ 적극적인 자구화 방안 마련 필요
소득의 대부분을 대출 상환에 쓰느라 가처분소득이 줄어드는 하우스푸어와 마찬가지로 부동산푸어 기업들도 영업이익으로 대출이자를 내기도 어려운 처지에 놓인 것으로 분석됐다. 2007년부터 2009년까지 부동산푸어 기업 절반 이상이 ICR가 1을 밑돌았다.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ICR가 1 미만이라는 것은 해당 기업의 영업이익으로 금융비용을 충당할 수 없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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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부동산푸어 기업들이 적극적인 자구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신동엽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아파트와 달리 기업이 보유한 공장이나 용지는 매각하기도 쉽지 않다”며 “최근 중소기업 대출금리와 원자재 가격마저 꾸준히 상승하고 있어 부동산푸어 기업의 부도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푸어 기업들의 부도를 막기 위해선 △금융권이 중소기업에 부동산 매각 컨설팅을 제공하고 △투기 목적의 부동산 보유를 방지하기 위해 3개월마다 기업 보유 부동산 현황을 점검하며 △담보에만 의존한 중소기업의 대출 심사 방식을 기술 및 사업성 위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병주 IBK경제연구소장은 “해당 기업이 파산해 보유 부동산이 경매에 넘어가면 금융권이 회수할 수 있는 돈은 더 적어지므로 금융권이 적극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며 “장기적으로는 정부 차원의 부동산 매각 전담 독립기구를 조성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