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하 여행전문기자
이 다섯 항목은 이미 외국인 눈에 ‘이상한 모습’으로 비친 것으로 그 출처는 한 블로거의 사이트였다. 외국인 친구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토대로 쓴 것이라는 설명도 있다. 설문조사 결과 최악은 ‘난폭운전 버스’였다. 나머지는 환자복 행인, 핫팬츠 여성, 유세용 트럭 순이었다. 외국인 눈에 이해할 수 없는 모습으로 비친 우리 사회의 다섯 가지 표정. 그런데 이게 오히려 우릴 놀라게 한다. 너무도 평범한 일상사이기 때문이다.
우린 이걸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문화의 차이, 몰이해로 치부해도 될지….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무덤덤하게 지나칠 일은 아닌 듯하다. 한국도 지구촌의 일부이며 그 핵심은 글로벌 스탠더드, 즉 ‘가치의 공유’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외국인 눈에 이상하게 비쳤다면 글로벌 스탠더드에 비춰 살필 필요가 있다. 그러나 그 이전에 내 경험-17년간 매년 이십여 차례 해외취재를 통해 보고 느낀 외국의 일상과 정서-에 비춰서도 여기엔 분명 부끄러운 모습이 있다. 난폭운전 버스와 과다한 노출 패션이 특히 그렇다.
핫팬츠 차림에 외국인이 기겁한다는 데는 의아해할 한국인도 많다. 가슴보다는 허벅지 노출이 좀더 흉이 되는 구미와 인식 차이에서 오는 정반대 반응 때문이다. 그럼에도 ‘하의실종’을 연상케 하는 과다노출 핫팬츠 차림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다. 그 블로그는 이런 차림이 ‘슬러티시(sluttish)’로 표현된다고 적시한다. ‘깔끔치 혹은 단정치 못한, (여자가) 행실이 나쁜, 추잡한, 상스러운’이란 뜻으로 ‘슬러트’는 ‘매춘부’다. 핫팬츠 차림 중엔 빨강 혹은 검정 스타킹에 청바지 잘라 만든 것을 입는 경우도 많다. 이런 건 더 황당하다. 미국 대도시의 뒷골목을 배회하는 후커(Hooker·매춘부)의 유니폼과 다름없는 차림이어서다. 동네 여중생 중에서도 이런 차림을 본다. 그걸 본 외국인의 당혹감이란, 글쎄….
승객의 안전은 안중에도 없는 광란 질주의 롤러버스터, 행인에게 수치심과 불쾌감을 주는 천박한 노출. 이것 모두 ‘사회적 폭력’이다. 케이팝(K-pop·한국대중가요), 한식 등 전 세계로 퍼지는 한류(韓流)를 보라. 거기에 실려 전해지는 건 한국의 풍모다. 그에 어울릴 품격 있는 나라와 국민이 되고 싶다고? 그렇다면 이런 것부터 다스려야 한다.
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