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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년 전통의 美 고위지휘관 요람… 맥아더-파월 배출

입력 | 2012-09-27 03:00:00

■ 美 육군 지휘참모대학을 가다




미국 ‘육군 장교 교육의 요람’으로 알려진 캔자스 주 포트레번워스 기지 내 육군지휘참모대에서 23일 장교들이 강의를 듣고 있다. 이곳을 졸업한 장교들은 미국의 고위 지휘관으로 활약하게 된다. 미 육군지휘참모대 제공

23일 오후 미국 캔자스 주 캔자스시티 국제공항에서 자동차로 30분가량 달려 도착한 포트레번워스 기지. 기지 정문에 자동차가 도착하자 헌병들이 신분증을 요구하고 까다롭게 짐 검색을 했다. 미 국방부가 초청했음에도 불구하고 신원 확인 절차가 간단치 않았다.

미 국방부는 미국을 포함해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인도 짐바브웨 아르메니아 등 8개국 출신의 중견 기자들을 초청해 23일부터 28일까지 미군 장교의 육성 과정과 함께 미군의 실상을 보다 가까이서 취재할 수 있도록 했다. 한국 언론에선 동아일보 등 2개사가 초청됐다.

이곳은 군인과 민간인을 합쳐 1만2000여 명이 거주하는 하나의 큰 자족 도시였다. 1827년 세워진 기지에는 서부 개척시대 때 인디언과 혈투를 벌였던 전초요새가 그대로 보존돼 있다. 설립된 지 185년이 된 이곳은 들어서자마자 ‘미 육군 정보의 요람’으로 불릴 정도로 유서 깊은 전통과 역사가 물씬 느껴졌다.

기지 안에 있는 ‘미 육군지휘참모대학(US Army Command and General Staff College)’은 미군 고급장교를 고위 지휘관으로 양성하는 한국의 국방대 같은 곳. 1881년에 설립돼 1883년 첫 졸업생을 배출한 뒤 수많은 장교를 재교육했다. 육군 지휘참모대학은 장군을 꿈꾸는 장교라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엘리트 코스다. 짧게는 3주에서 길게는 2년간 이곳에서 지휘관이 반드시 갖춰야 할 리더십과 전술, 교양 등을 배운다.

주로 육군과 기갑부대 출신의 고급 장교들을 재교육하는 기관이었지만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 6·25전쟁 및 베트남전쟁을 거치면서 국제적인 분쟁에 대처하는 장교 교육 중심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추세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참모총장을 지낸 조지 마셜 장관, 더글러스 맥아더 태평양전쟁 미국 최고사령관,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전 대통령, 콜린 파월 전 국방장관 등이 이곳을 졸업했다.

8∼14년차 장교들을 주로 교육하는 이곳에선 40주가량 재교육을 하면서 석사학위도 받을 수 있도록 커리큘럼이 짜여 있다. 주요 교과목은 리더십철학, 군사(軍史), 군사계획과 의사결정 과정 등이 포함돼 있다. 학위는 군사학 석사학위를 준다.

강의는 철저하게 질문과 토론 위주로 진행됐다. 포트레번워스 기지 내 ‘루이스 앤드 클라크 센터’ 2층 강의실. 강단에 서 있는 교관과 자리에 앉은 학생 16명 모두 전투복을 입고 있었다. 짐 페인 교수가 강의하는 ‘육군 리더 개발(Army Leader Development)’ 시간에는 고급장교가 갖춰야 할 리더로서의 자질과 교양에 대해 학생들이 토의를 벌이고 있었다. 페인 교수는 “리더십은 단순히 아랫사람을 잘 이끄는 것뿐 아니라 지휘계통에 있지 않은 사람들과도 대화하고 설득해 자신의 의견을 관철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국에도 문호를 개방해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대통령과 총리 등 정부 수반급까지 오른 졸업생이 28명이나 되고 장관이나 대사를 지낸 사람은 300명이 넘는다. 리콴유(李光耀) 전 싱가포르 총리는 소령 때 이곳을 졸업했고 하마드 빈 이사 알할리파 바레인 국왕은 왕세자 시절 이곳에서 공부했다. 요웨리 무세베니 우간다 대통령 등 해외의 고급장교들은 졸업 후 본국에 돌아가 두드러진 활약을 하고 있다. 한국의 채명신 장군과 김동신 전 국방부 장관 등도 이곳을 졸업했다.

현재 이 대학에서는 1300여 명의 장교가 학구열을 불태우고 있다. 한국 등 88개국 외국인 장교 120여 명도 미국 장교들과 섞여 교육을 받고 있다. 페인 교수는 “미국식 가치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외국 장교들을 초청해 교육한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장교들도 1998년 초청을 받은 적이 있다. 러시아는 자국 출신 장교들 중심으로 단체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요구했지만 한 클래스에 한두 명만 해외 장교를 받는다는 원칙에 따라 거절했다고 한다. 북한과 리비아 시리아 등 미국의 제재 대상 국가는 초청 대상에서 제외됐다. 지난해 독재정권이 무너진 리비아에는 곧 문호를 개방할 것으로 보인다.

기지 안에는 중범죄를 저지른 죄수를 수감하는 ‘레벨3 교도소’가 있다. 1875년 세워진 연방 교도소로 민간과 군을 합쳐 가장 오래된 곳. 군사정보를 위키리크스에 유출한 브래들리 매닝 일병이 1년 전부터 이곳 독방에 수감돼 있다.

교도소를 총괄하는 피터 그란드 씨는 “515명을 수용할 수 있는 교도소에 현재 453명이 수감돼 있으며 죄수의 62%가 성폭행에 연루돼 있다”고 말했다. 그란드 씨는 ‘분노 다스리기’ 등 정신치료와 종교의식 등 37개 교정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북전쟁 이후 전쟁터에서 산화한 2만2000명의 미군이 묻힌 국립묘지도 기지 안에 있다. 캘빈 크로 제병협동본부 역사가는 “미국 군인이 받을 수 있는 최고의 무공훈장인 ‘명예의 훈장(medal of honor)’을 받은 군인 10명도 이곳에 안장돼 있다”고 소개했다.

이날 오후 4시 루이스 앤드 클라크 센터 강당에서는 쿠웨이트에 9개월간 파병되는 헌병 35명에 대한 환송식이 가족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현병대장은 연설을 통해 “아무도 보지 않을 때 묵묵히 일하고 개인이 아닌 육군의 이름으로 일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처럼 포트레번워스는 교육과 교정, 보훈의 삼박자를 갖춘 종합군사기지였다.

포트레번워스=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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