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미술의 산 역사 90대의 현역 한묵-백영수 화백
한묵 화백의 개인전에 나온 ‘상봉’(1993년). 현란한 색채와 선이 어우러지며 광활한 공간의 울림과 생명력을 드러낸다. 갤러리 현대 제공
한묵 화백
내일부터 한묵展-우주 공간의 울림
한묵 화백은 1961년 홍익대 교수직을 버리고 자기 혁신을 위해 파리로 건너가 그곳에 정착했다. 프랑스로 건너간 지 51주년을 맞아 마련된 전시엔 미공개작 4점을 포함, 1950년대 초기작부터 2000년대 작품까지 시대별로 유화 40여 점이 나왔다. 생애 첫 화집도 출간했다. 심장 수술을 받은 뒤 2005년경 붓을 놓은 그가 2003년 덕수궁미술관에서 전시회를 연 이후 10년 만의 개인전이다. 국내 추상미술을 개척한 1세대 작가이자, 이중섭 김환기 등과 함께 서구 모더니즘을 수용하고 새 지평을 개척한 미술사의 산증인이 걸어 온 길을 되짚는 기회란 점에서 의미가 깊다.
한 화백은 1969년 인간의 달 착륙을 계기로 우주적 공간에 시간의 개념을 더한 4차원의 세계를 어떻게 2차원 평면에 구축할 것인지를 평생 화두로 선택한다. 남다른 서예 실력으로 유명한 화가는 마침내 동양적 정신세계와 기하추상이란 서양의 이성적 합리적 방법론을 접목한 동서 융합의 그림을 완성했다. 지그재그로 소용돌이치는 3원색의 동심원이 자리한 캔버스는 찬란한 빛을 뿜어내는 듯 눈부시다.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 그 어떤 ‘힘’에의 도전이라고 본다”는 화가의 지론처럼 보이지 않는 우주공간의 속도와 울림을 생생하게 표현한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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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 년 파리에서 살다가 지난해 영구 귀국한 백영수 화백의 ‘해바라기’(2012년). 온화한 울림이 담겨 있다. 백영수화백제공
12월 예정 백영수展-소박한 낙원의 풍경
백영수 화백
1989년 교통사고, 1994년 암 수술의 고비를 넘긴 뒤 올해 우리 나이로 망백(91세)을 맞은 노화가의 열정은 여전히 뜨겁다. 부인 김명애 씨는 전화 통화에서 “전시 앞두고 더 젊어지는 것 같다. 100∼120호짜리 작품을 시작한 뒤 날마다 조금씩 그리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고미석 문화전문기자·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