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일하지 않는 삶’
지금 이 순간 취업 문제로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책이 나왔다. 제목은 ‘일하지 않는 삶(勤めないという生き方·미디어팩토리)’. 자기가 좋아하고 즐기는 것을 직업으로 가진 13명의 이야기다.
등장인물들은 각각의 분야에서 성공한 유명인이 아니다. 대부분 20, 30대로 이른바 ‘좋은’ 직장을 다니다가 사표를 내고선 하루하루 먹고살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하지만 취미가 곧 직업이어서 즐겁게 지낸다. 저자인 모리 겐(森健) 씨가 전하고 싶었던 것은 직장을 그만두기까지의 고민, 자신이 진정 좋아하는 일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광고 로드중
안정된 회사, 높은 급료, 승진, 결혼, 그리고 가족…. 그의 미래는 보장돼 있었다. “좋은 회사에 입사했다”며 주위에서 부러워했다. 하지만 정작 아베 씨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밤늦도록 기계와 씨름해야 했고, 매일 반복되는 삶이 싫었다. 대학 시절 국내외 곳곳을 바람처럼 돌아다니던 그였다. ‘내 인생의 목표가 뭔가’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은 뭔가’…. 고민의 나날이 계속됐다.
입사 2년째 되던 해 시마네(島根) 현의 오키(隱岐) 섬에 여행갈 기회가 있었다. 도시와 농촌을 잇는 단체 ‘AMA와곤’은 여행객들을 모집해 섬 구석구석을 안내했다. 저녁에는 마을 사람들과 함께 연회를 열었다. 술 마시고 노래하는 연회가 아니었다. 작은 섬을 어떻게 부유하게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는 자리였다. 마을 주민들은 아베 씨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책에 나오는 다른 인물들도 상황이 비슷하다. 그들은 돈을 벌기 위해 일하지 않는다. 하고 싶은 일을 즐길 뿐이다. 도쿄대 의대를 졸업하고 의류 제조업체인 와코루에 입사했다가 다시 염색 장인이 된 사람, 대형 광고회사 하쿠호도(博報堂)를 그만두고 건축가가 된 사람, 피혁 제조사를 뛰쳐나와 극빈한 생활을 경험한 뒤 ‘역시 가죽밖에 없다’고 여기고 가죽 수선인이 된 사람 등이 등장한다.
광고 로드중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