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희 논설위원
모럴해저드 부추기는 무상보육
모성신화는 여러 실증연구에 의해 깨지고 있다. 세러 블래퍼 허디는 ‘어머니의 탄생’이란 책에서 어머니는 희생적이고 여성은 수동적이라는 믿음은 가부장제 사회가 낳은 음모라고 주장한다. 그는 동물연구를 통해 현실의 어머니와 여성은 맹목적인 양육자가 아니라 능동적인 전략가이자 유연한 기회주의자라고 진단했다. 예컨대 설치류인 코이푸는 새끼를 임신했는데 암컷이면 기막히게 알아채고 유산시켜 버리기도 한다. 암컷들은 한 새끼에게 먹이를 몰아줄지, 골고루 나눠줄지도 전략적으로 결정하는 사례가 많다.
최근 보육정책을 보면 엄마를 육아의 부담에서 해방시켜 주는 데서 나아가 보육시설에는 부정수급, 엄마에게는 모럴해저드를 낳는 단계로 치닫는 듯하다. 양육수당은 소득하위 15%에게만 지급하는 데 비해 보육료와 유치원비 지원 대상을 확대하다 보니 가정에서 애 키우는 사람을 바보로 만들고 있다. 알게 모르게 우리는 ‘시설보육 대국(大國)’이다. 0∼2세 보육시설 이용률(50.5%)은 2009년 기준으로 1, 2위인 덴마크(83%)와 스웨덴(66%)에 이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위다. 0∼2세 무상보육이 실시되는 지금은 훨씬 높을 것이다. 덴마크와 스웨덴의 어머니 취업률은 각각 76.5%와 72%인 데 비해 우리는 29.9%에 불과한데도 그렇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아이들의 바람직한 성장’에 대한 논의가 무상보육 담론에서 빠져 있다는 점이다. 두뇌와 신체가 빠르게 발달하는 0∼2세는 아기가 주된 양육자와 정서적으로 강력하게 얽히는 시기다. 그러나 시설보육에서는 가정보육만큼 원활한 일대일 작용이 일어나기 어렵다. 영유아보육법상 교사 대 영아 비율은 1 대 3으로 한 명이 세 명을 돌보지만 보육교사 처우가 약하다 보니 보육교사가 자주 바뀌는 일이 빈번하다. 그런 이유로 보육의 공공성을 강조하는 OECD도 0∼2세는 가정양육이 바람직하며 시설보육 비율은 30% 미만으로 유지하기를 권고한다.
양육수당·육아휴직 확대로 가야
남자 혼자 벌어서는 살기 힘든 세상에서 엄마가 집안에서 아이를 돌봐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다. 시설보육이 나쁘다는 얘기는 더더욱 아니다. 표준화되고 검증된 보육프로그램은 가정보육이 갖지 못한 장점도 갖고 있다. 다만 아기가 어릴수록 아기와 일대일 상호작용에 응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주된 양육자가 되도록 보육제도가 설계돼야 한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