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치부 기자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에게 ‘자갈밭’인 서울 양천을에서 재선에 성공한 비결을 묻자 돌아온 답이다. 그는 선거 때만 고개를 숙이는 게 아니다. 격주로 민원의 날 행사를 열어 온갖 민원을 챙긴다. 그의 사무실엔 이런 글귀가 걸려 있다. ‘주민을 위해 즉시 한다. 반드시 한다. 될 때까지 한다.’
그런 김 의원이 주민의 뜻과 거리가 먼 선택을 했다. ‘정두언 의원 구하기’에 총대를 멨다. 정치적 동지에 대한 의리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그의 말이 의아했다. “체포동의안 부결이 대선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 것은 원내 지도부뿐이다. 원내 지도부가 만든 프레임에 언론도 덩달아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바라보는 것 아니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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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박근혜 사당화’ 논란이 불거지자 “언론 보도에 오류가 없도록 대책을 세우라”고 당 대변인실에 주문했다. 이쯤 되면 ‘망상’이다.
박근혜 의원도 언론에 대한 불신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캠프 실무진이 불통 이미지를 없애기 위해 언론과의 접촉을 늘리자고 제안하자 박 의원은 “내가 한 마디 하면 언론이 이리저리 비틀고 확대해석해 오히려 내 이미지만 더 나빠지지 않겠느냐”고 했단다.
민주통합당의 ‘언론 탓’은 필살기에 가깝다. 이해찬 대표는 생방송 도중 마음에 안 드는 질문을 한다고 전화를 끊어버린 뒤 되레 사과를 요구하는 ‘언론 탓’의 고수다. ‘나쁜 언론의 선동에 세뇌되지 말라’며 지지자를 결집시키는 변칙에도 능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임기 내내 언론에 적개심을 드러내다가 임기 말 기자실에 대못질을 했다. 당시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노 전 대통령의 이런 공격성을 ‘조망(眺望)수용 장애’로 진단했다. 자기중심적 성향이 강해 타인의 시각이나 감정을 헤아리지 못하는 현상이다. 통상 12∼15세면 조망수용 능력이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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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전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해인 2007년 교수들이 선정한 한자성어는 ‘반구저기(反求諸己)’였다. 자기에게서 이유를 찾는다는 뜻이다. 남 탓 정치에 질린 탓이다.
이재명 정치부 기자 e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