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건설 ‘제2 황금기’… 해외통 양성 집중교육 붐
서울 종로구 계동 현대건설 본사 인재개발원에서 직원들이 스페인어 수업에 열중하고 있다. 국내 대형 건설사들은 해외사업을 확대하면서 현지 언어와 문화 교육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9일 오후 7시 서울 종로구 계동 현대건설 본사 인재개발원. 일반적인 직장인이면 퇴근을 서두르거나 야근 전 저녁식사에 분주할 시간이지만 이곳에 모인 14명은 ‘스페인어 삼매경’에 빠져있었다. 이들은 20대 신입사원부터 40대 부장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이날 주제는 스페인 음식 얘기였다. 수업은 딱딱한 문법보다는 비즈니스 파트너와 식사할 때 필요한 단어 위주로 진행됐다. 이들은 4월부터 일주일에 네 번씩 집중수업을 받고 있다.
국내 건설경기 침체 장기화로 국내 건설사의 해외 먹을거리 사냥이 활발하다. 올 상반기 수주액이 320억 달러를 넘어서고, 누적 수주액도 5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제2의 해외건설 황금기’를 맞이한 건설사들은 수주 경쟁력 확보는 물론 장기적인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해외 전문가’ 양성을 위한 내부 교육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언어 교육이다. 영어는 기본이고 중남미 공략을 위한 스페인어 교육, 중동을 겨냥한 아랍어 교육도 한창이다.
사정은 다른 건설사들도 마찬가지다. 한화건설은 임직원을 대상으로 ‘H-Academy’라는 영어 프로그램을 마련해 원어민과 일대일로 수업을 받게 한다. 이를 위해 영어와 한국어를 모두 구사할 수 있는 전문가를 회사에 상주시키고 있다. 또 올해 5월 77억5000만 달러로 수주한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 사업을 준비하기 위해 아랍어 과정도 운영 중이다.
삼성물산은 올해 건설부문의 이해를 돕는 ‘SCU(Samsung C&T University)’라는 사내교육 시스템을 만들었다. 국가별로 문화 개요와 비즈니스할 때 주의할 점까지 다룬다. 각국의 문화별 ‘금기사항’ 등을 쉽게 이해하도록 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교육이다.
건설사들의 교육 강화 배경에는 심화되는 건설사 간 수주경쟁도 영향을 미쳤다. GS건설경제연구소가 최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가 최근 응찰한 26건과 하반기에 응찰할 26건의 중동 건설프로젝트 참여업체를 각각 분석한 결과, 각각 5곳(19.2%)이 국내 건설사 간 경쟁 사업이었을 정도로 국내 업체 간 수주경쟁은 뜨겁다.
이렇다 보니 한 발짝이라도 앞서기 위해 ‘더 활발하고 깊이 있는’ 커뮤니케이션 능력 키우기에 분주할 수밖에 없다. 현대건설 리비아 트리폴리웨스트 화력발전소 양영부 부장은 “사우디 카타르 등 기존 시장뿐만 아니라 콜롬비아 베네수엘라 등에서도 잇달아 신규 공사를 수주하면서 내부적으로 스페인어 및 프랑스어 학습의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