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2주년 인터뷰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은 12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어려운 때일수록 한 단계 뛰어넘기 위해 도전해야 한다”고 밝혔다. 동아일보DB
어 회장이 “우리금융과의 합병과 관련해서는 아직 정해진 게 아무것도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합병 후 구상을 구체적으로 밝힌 것은 그의 의중이 어디에 있는지 가늠할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그는 우리금융 매각의 향방을 좌우할 수 있는 핵심인물로 꼽히지만 지금까지는 속내를 드러내지 않았다.
또 어 회장이 두 금융지주가 합병한 뒤 인력 구조조정의 큰 틀을 제시한 것은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 노동조합을 설득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반영된 것으로도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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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회장은 합병 후 시너지 효과에 대해서도 높게 평가했다. 그는 “자산 크기나 사업 포트폴리오를 보면 우리은행이 국민은행보다 훨씬 좋다”며 “국민은행을 주거래은행으로 하는 대기업 고객이 2개밖에 없는 반면 우리은행은 13개나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은행과 국민은행의 합병은 (자산 기준으로) 넘버 1과 넘버 2가 합쳐지는 것이므로 국내 금융산업 전체가 커질 수 있다”며 합병의 긍정적인 측면을 강조했다. 또 그는 “합병을 하면 국내기업이 해외에 진출했을 때 (제대로 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굉장히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어 회장은 우리금융을 인수할 자금도 충분하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인수를 추진 중인 ING생명 한국법인을 사들여도 우리금융을 인수할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KB금융이 ING생명 한국법인을 인수하면 실탄(자금) 부족으로 우리금융 인수를 포기할 것이라는 금융계 일각의 전망을 일축하는 것이다. 그는 “KB금융은 현재 부채가 없어 5조 원 정도를 외부에서 조달하더라도 현재의 신용등급(A1·무디스 기준)을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가격은 3조 원, 우리금융 합병에는 정부 지분(56.97%)과 경영권 프리미엄 지불에 7조 원 정도가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KB금융은 현재 내부 유보금으로 5조 원 정도를 보유하고 있으며 추가로 5조 원을 더 외부 조달할 수 있어 총 10조 원 정도를 인수합병(M&A) 자금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어 회장은 KB금융과 우리금융 합병의 구체적인 청사진을 밝힌 뒤 넘어야 할 고비도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치권에서 KB금융이 우리금융을 합병하는 것을 반대하고 있고 외국인 주주들도 절반 정도는 반대 의사를 보이고 있다”며 “합병한 뒤 남게 되는 정부 지분 때문에 외국인 주주들도 주식을 팔고 떠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금융 인수전 참여 여부는 이사회에서 결정할 사항”이라며 “개인적으로는 (합병을) 추진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 언급은 KB금융이 우리금융 인수전에 뛰어들 수 있도록 장애물을 치워 달라는 메시지로 금융권은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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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회장은 “취임 당시 수익 대비 비용이 54%였지만 지금은 46%로 낮아졌다”며 “비용을 줄이기 위해 나 역시 지난 2년간 해외출장 때 퍼스트클래스를 한 번도 안 타고 비즈니스클래스만 탔으며 앞으로는 일본이나 중국처럼 가까운 곳에 갈 때는 이코노미클래스를 탈 생각”이라고 말했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