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횡설수설/고미석]소심쟁이 천재

입력 | 2012-07-04 03:00:00


‘중력의 법칙’을 발견한 아이작 뉴턴, ‘상대성 원리’를 완성한 아인슈타인, 비폭력 독립운동을 이끈 간디, 마이크로소프트사를 창업한 빌 게이츠.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다들 내향적(內向的) 성격을 지닌 천재라는 점이다. 세상을 바꾼 창의적 아이디어와 뛰어난 업적이 남과 어울리는 것보다 혼자 있기 좋아하는 사람들에게서 나온 것이다. 미국의 작가 수전 케인은 조용하게 사색을 즐기면서 창의적이고 탁월한 성과를 내는 소심한 천재들에게 호기심을 갖고 연구한 끝에 내향성의 유익함을 역설한 책을 펴낸다. ‘콰이어트(Quiet)’란 제목의 책은 나오자마자 ‘타임’지 커버스토리에 오르고 올 상반기 베스트셀러가 됐다. 최근 국내서도 출간돼 주목받은 이 책은 내향성의 위대한 잠재력을, 침묵과 고독의 가치를 새삼 일깨운다.

▷프린스턴대와 하버드대 로스쿨 출신의 케인은 기업과 대학에서 협상기법을 가르치는 변호사로 활동했다. 하지만 책과 사색을 좋아하는 자신의 성격과 청중 앞에 나서는 일이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세상은 왜 외향적(外向的) 사람들을 떠받드는 것일까. 왜 숫기 없는 사람들은 원래 모습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억지로 외향적인 척하는 것일까. 이런 궁금증을 풀기 위해 인생행로를 바꾼 그는 ‘소심쟁이’라고 놀림을 당하는 내향성의 장점을 제시함으로써 반향을 일으켰다.

▷학교와 직장, 사회에는 외향성을 이상적 성격으로 떠받드는 문화가 있다. 소심한 성격을 비(非)사회적 성품과 동일시하면서 학교에선 그룹 위주 학습을 권장하고, 직장에선 벽 없는 사무실을 선호한다. 혼자 있어야 창의력을 발휘하고 능률이 오르는 사람에겐 불리한 환경이다. 내향성을 가진 사람들의 잠재력을 사장(死藏)하는 조직은 결국 구성원의 시너지를 끌어내지 못할 것이다.

▷통상 2, 3명 중 한 명은 내향적이라고 한다. 조용하게 안으로 천착하는 성품이 반드시 극복 대상은 아니라는 실증 사례는 세상의 소심쟁이들에게 위안을 줄 것 같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특정한 성격이 우월하다는 편견을 버리는 것이다. 내면의 복잡성을 감안하면 온전히 내향적, 완벽하게 외향적인 사람은 없다.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게 있다. 어느 유형이든 스스로를 잘 파악해 본연의 모습으로 자신감 있게 살아가야 한다는 것!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