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민 산업부 차장
‘보이 킹스’는 5월 페이스북의 기업공개(IPO) 이후 쏟아져 나온 ‘안티 페이스북’ 시리즈의 연장선에 있다. 저자가 페이스북 내부를 들여다봤다는 점과 여성이라는 점은 특이하다. 그러나 마초적인 문화가 칭찬받을 일은 아니지만 곁가지이지 페이스북의 본질적인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페이스북 경영진은 비즈니스 모델을 정면으로 지적한 글들에 주목하지 않을까. 이를테면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로스 두댓의 ‘페이스북 환상’이라는 칼럼 같은 것이다. 그는 페이스북이 “끊임없는 개인적 과시와 홍보를 위한 열망, 가상의 커뮤니티와 우정 추구 같은 것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고 평가 절하했다. 미국 투자회사인 아이언파이어캐피털의 에릭 잭슨은 인터뷰에서 “페이스북이 주가가 상장 당시의 10%로 떨어진 야후와 같은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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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냉정하게 보자. 8억 명이 넘는 가입자를 모아 놓고 페이스북이 앞으로 어떻게 돈을 벌지는 저커버그가 고민할 일이다. 페이스북의 주주가 아닌 이상 페이스북이 망하더라도 경제적인 손실은 없으니까. 페이스북이 망한다면 페이스북에 둥지를 튼 나의 인간관계, 혹은 추억 또는 기억이라고 부를 콘텐츠가 어떻게 되는지가 궁금할 뿐이다. 회사가 망하더라도 서비스가 완전히 사라질 일은 없겠지만 말이다.
얼마 전 오랜만에 아들을 만난 아버지는 페이스북을 가르쳐 달라고 하셨다. 당장 페이스북에 가입하는 걸 도와드리고 담벼락에 환영인사도 남겼다. 등단한 지 40년, 일흔이 넘은 노시인은 그날 이후 참선하듯 매일 한두 편씩 시(詩)를 올리셨다. 블로그는 누군가 일부러 나를 찾아와야 하지만 페이스북은 ‘친구 공개’로 글을 올리면 친구들이 그냥 볼 수 있다. 당신의 시를 세상과 나눌 수 있는 또 하나의 효과적인 수단이 생긴 셈이다.
필자는 페이스북 덕분에 아버지와 친구가 되는 분에 넘치는 경험을 했다. 가장 디지털적 방식으로 가족관계를 돈독히 하는 데 도움을 받았다고 할까.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달면서 자주 찾아뵙지 못한다는 죄책감을 다소 덜 수 있겠다는 기대도 있다.
저커버그는 “친구들끼리 소식을 전하고, 모르는 사람들과도 쉽게 친구가 될 수 있는 열린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페이스북을 만들었다. 지금 페이스북에 쏟아지는 비판에 어쩌면 이른 성공에 대한 시기와 질투가 깔려 있는 건 아닌지. 인터넷의 상업적 한계에 공감하면서도 개인적으론 페이스북에 감사할 따름이다. 아버지와 아들을 ‘친구’로 맺어주는 서비스를 필자는 지금까지 경험한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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