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에 행정수도를 건설해 청와대와 중앙부처를 옮기도록 하겠습니다.”
2002년 9월 30일 노무현 당시 민주당 대통령후보의 행정수도 충청권 이전 공약은 이성계의 계룡산 천도(遷都) 600여 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천도 검토 40년 만의 일이다.
태조는 왕정 강화, 박 전 대통령은 안보가 천도 추진의 배경이었다면 노 전 대통령은 국토의 균형발전과 수도권 과밀화 해소를 전면에 내세웠다. 하지만 공통점은 천도 후보지가 모두 충청권이었다는 점이다. 노 전 대통령의 구상은 참여정부 출범 후인 2003년 12월 충남 연기와 공주에 16부 4처 3청을 이전하는 내용의 신행정수도건설법이 국회에서 통과되면서 가시화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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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 이전을 놓고 또 한 차례 헌법소원이 제기됐지만 헌재는 여권의 손을 들어줬고 노 전 대통령 임기 후반인 2007년 7월 마침내 ‘세종시’로 이름 붙여진 행정도시 건설 공사가 시작됐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세종시는 또 다른 시련에 직면한다. 2009년 9월 당시 정운찬 총리 후보자가 세종시 계획 수정의 필요성을 제기한 데 이어,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국민들의 이해와 협조를 구하는 데 이르게 됐다.
“저 하나가 불편하고, 욕먹고, 정치적으로 손해보더라도 이것(수정)은 해야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그리고 대안으로 교육과학중심의 경제(기업)도시가 지역민의 일자리를 늘리는 데 더욱 효과가 있다며 반대세력 설득에 나섰다.
하지만 ‘국토균형발전’과 ‘약속이행’이라는 거대담론과 원칙을 내세운 정치권 및 충청권을 설득하는 데에는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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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세종시가 당초 행정도시건설특별법에 따라 예정지역만을 대상으로 개발행위가 이뤄지다 보니 잔여지역과 편입지역에 대한 불균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국가균형발전을 선도할 세종시가 지역 내에서조차 불균형을 해소하지 못하면 또 다른 아이러니가 되기 때문이다.
세종=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