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적 내용에 당시 미공개… 전문가 “일부 오해”
문장에서 분노와 충격이 묻어난다. 영국 탐험가 스콧 팀과 함께 1910년부터 1913년까지 남극을 돌아보고 돌아온 머리 레빅 박사(사진)가 1912년 아델리에 펭귄 관찰일지에 쓴 표현이다. 레빅 박사는 탐험 후 관찰 일지를 토대로 ‘아델리에 펭귄의 자연사’란 제목의 책을 펴냈는데 펭귄의 성(性)을 관찰한 내용은 책에 싣지 않았다. 그 대신 그는 이 부분을 관찰일지에서 따로 떼어내 ‘출판용 아님’이라고 굵은 글씨로 소제목을 붙인 뒤 런던 자연사박물관 기록보관소에 보냈다. 100여 년간 잠자고 있던 이 문건이 최근 공개됐다.
공개된 문건에 따르면 펭귄 수컷들은 죽은 암컷과 교미를 하고, 강제로 암컷이나 어린 새끼와 짝짓기하며 때론 죽이기도 했다. 자기색정적(auto-erotic)인 행동을 하는 펭귄도 있었다.
러셀 씨는 “1956년 세상을 뜬 레빅 박사는 ‘대영제국의 진정한 신사’로 불렸다”며 “예의와 품위를 중시했던 레빅 박사에겐 자신이 본 광경이 충격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레빅 박사가 자기 짝이 아닌 암컷과 교미를 하는 펭귄을 보고 놀라워하는 기록도 당시의 보수적인 생각을 엿보게 해준다. 또 러셀 씨는 “당시 박물관 측에서도 이 문건을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쪽지가 함께 발견됐다”며 “그 당시 펭귄의 성을 다룬 내용을 공개하는 건 상당한 모험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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