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능력 신입사원의 4배”… 현대重 ‘정년후 재고용’ 3년째베이비붐 세대 노하우 DB化
현대중공업 장비운영부에서 일하고 있는 영권 씨는 정년퇴직 후 2011년 1월 1일부터 다시 현장으로 향했다. 현대중공업은 생산직 근로자에 한해 근무태도와 건강에 큰 문제가 없으면 1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해 계속 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영권 씨는 “퇴직 전 연봉의 80% 정도를 받고 있지만, 돈보다도 여전히 일할 수 있다는 데 만족을 느낀다”며 “현장에는 나보다 나이가 많은 선배 직원들도 많다”고 말했다. 동생 영석 씨 역시 올해 말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지만, 내년에도 현장에서 일할 예정이다.
2009년부터 ‘정년 후 재고용’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현대중공업은 재고용 인력이 올해로 1800명을 넘어섰다. 지난해에는 625명이 정년퇴직을 했는데 이 중 97%인 607명이 계약직으로 전환해 올해 1월부터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이 제도를 실시하는 것은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수십 년 동안 현장에서 일하며 익힌 작업 노하우가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임금만 놓고 보면 정년 후 계약직 1명을 채용하는 금액이나 신입 직원 2명을 채용하는 금액이나 같다”며 “하지만 정년 후 계약직 1명이 하는 일을 하려면 신입 직원 4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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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방안이 근본적인 대안이 아니라는 점에서 기업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베이비부머들을 언제까지나 현장에 붙잡아 둘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동국제강은 올해부터 퇴직을 앞둔 생산직 근로자들의 일일 업무를 데이터베이스(DB)화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출근부터 퇴근까지 하루 일과를 세세하게 기록해 DB화하고, 이를 토대로 업무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있다”며 “자동화로도 대체할 수 없는 ‘눈과 손의 힘’을 신입 직원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울산=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