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소 성분 많은 기네스맥주 기포크기 작고 부드러운 맛컵 중간 기포가 떠오를 때 가장자리 맥주 내려와 채워이때 크기-부력 작은 기포들 맥주와 함께 따라 내려와
한국인이 좋아하는 일본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맥주를 마시기 위해 마라톤을 즐긴다고 할 정도로 맥주 마니아로 알려져 있다. 하루키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점점 한낮의 햇살이 따가워지면서 더위와 각종 스트레스에 지친 직장인들은 퇴근시간이 가까워질수록 이가 시릴 정도로 시원한 맥주 한잔을 생각한다.
맥주를 좋아하는 이들 중 ‘맥주의 고장’이란 독일을 여행한 사람은 ‘세상에 이렇게 많은 맥주가 있나’ 하고 감탄한다. 맥주의 종류가 셀 수 없을 정도라지만 공통된 것이 있다. 바로 거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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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맥아 속 단백질이 맥주 거품의 비밀
맥주 거품은 맥주를 컵에 따라 놓아도 쉽게 꺼지지 않는다. 물은 아무리 공기를 불어넣어도 거품이 생기지 않고, 탄산음료는 컵에 따라 놓는 순간 거품이 꺼지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맥주 거품의 비밀은 맥주 안에 기포를 잡아두고 거품의 형태를 안정되게 유지해주는 ‘천연 계면활성제’에 있다. 맥주에서 계면활성제의 역할을 하는 것은 맥주의 원료인 맥아 속에 들어 있는 단백질이다.
하이트진로 주류개발1팀 김태영 책임연구원은 “원래 기체는 액체나 고체와 잘 섞이지 않지만 맥아 단백질은 액체의 표면장력을 줄여주고 액체와 기체가 잘 섞이도록 하는 계면활성제의 역할을 해 맥주 거품을 오래가게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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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소 사용하는 기네스 맥주는 기포가 작아
그런데 흑맥주 중에서도 ‘기네스’를 컵에 따르고 자세히 보면 맥주의 기포가 다른 것들과 달리 아래로 가라앉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여타 맥주들에서는 나타나지 않고 기네스 흑맥주에서만 볼 수 있는 현상이다. 부력의 원리에 따라 액체보다 가벼운 기포는 위로 떠올라야 하는데 흑맥주의 기포는 이런 일반 원칙에서 벗어나는 셈이다.
간단한 문제 같지만 물리학자들은 이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100년 넘게 고민해 왔다.
1999년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 클라이브 플레처 교수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처음으로 맥주 기포가 순환하는 현상을 설명했다. 플레처 교수에 따르면 기네스 맥주의 기포는 사실 아래로 내려가기도 하고 위로 올라가기도 한다. 흑맥주의 색깔이 검다 보니 유독 바닥으로 가라앉는 컵 가장자리의 기포만이 잘 보인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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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네스 흑맥주는 질소와 이산화탄소를 7 대 3의 비율로 섞어 만들어 기포가 작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있다. 기포의 크기가 작으면 우유로 만든 크림처럼 부드러운 거품을 맛볼 수도 있다.
연구진은 “컵 가장자리에서 맥주가 가라앉는 이유는 중심부보다 가장자리의 기포 밀도가 작아 맥주를 끌고 상승하는 힘이 작기 때문”이라며 “일반적인 파인트 컵과 모양이 반대인, 아래는 넓고 위는 좁은 컵을 사용하면 기포가 내려가는 현상을 볼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김윤미 동아사이언스 기자 ym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