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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백인들이 오바마를 좋아해야 하는 까닭은…

입력 | 2012-05-26 03:00:00

◇아메리칸 스타일의 두 얼굴/크리스천 랜더 지음·한종현 옮김
256쪽·1만2000원·을유문화사




왜 백인들은 텔레비전을 집에 두지 않으려고 할까. ‘바보상자’를 보지 않는다고 자랑하기 위해서다. 묵직한 책 한 권을 선물하면 만사형통. 읽지는 않겠지만 지적 허영심을 채우기에는 충분하기 때문이다. 빈티지 가구를 보고 “저거 정말 멋지다”고 말하면 주인은 굉장히 우쭐해하며 그것을 구하게 된 과정을 장황하게 설명한다. 도요타 프리우스를 운전하는 백인을 만나면 “와, 환경을 위해 기여하시니 참 보기 좋습니다”란 말을 건네라. 그들이 얼마나 잘났는지를 떠들어대도록 하는 게 그들의 환심을 얻는 길이다.

저자는 미국 엘리트 백인들의 유별난 취향과 허위 허식을 꼬집는다. 백인들이 오바마 대통령을 좋아하는 이유도 인종차별주의자로 취급받는 게 두렵기 때문이란 식이다. 백인들이 흑인 친구를 사귀는 것 역시 인종에 대한 편견이 없다는 것을 공인받으려는 꼼수란다.

책은 백인들이 좋아하는 150개 항목을 거명하며 그에 맞춘 ‘백인 공략법’을 소개한다. “백인 채식주의자의 환심을 얻고 싶다면 저녁 식사에 초대해 어머니가 만든 고기요리를 대접하라. 그들이 먹기를 거절할 때가 기회다. ‘우리 문화권에서는 대접한 음식을 거절하는 것이 누군가의 무덤에 침을 뱉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하라. 죄의식을 느낀 그는 당신이 도움을 요청할 때 거절할 수 없게 된다. 육류 소비자들에게 권력을 행사하는 요령은 더 간단하다. 이미 죄책감을 느끼고 있으니 그냥 그 사실을 지적해주면 된다.”

저자 자신이 백인이라는 점에서 자기풍자의 유머가 번뜩이지만 근거는 부족하다. 같은 백인끼리는 낄낄대며 읽을 수 있겠지만 타 인종들에겐 거북한 내용도 많다.

백인 남성 중에 동양 여자에 대한 열망을 뜻하는 옐로 피버(Yellow Fever)를 경험하는 이가 95%라면서 구체적 근거는 제시하지 않는다. 백인들이 운동 경기를 할 때 패스와 어시스트에 치중하는 게 다른 이(흑인선수)를 돕는 것으로 노예제와 식민정책, 십자군 전쟁에 대한 죄의식을 덜어 내려 하기 때문이라는 등 논리적 비약도 많다.

송금한 기자 emai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