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명 소설가
30여 년이 지난 현재 기적이 이루어졌다. 세계를 끌고 가는 핵심 기술 중 상당수가 한국에서 나오고 있는 것이다. 반도체, 휴대전화 등 전자기술은 말할 것도 없고 자동차, 조선 분야에서도 한국은 앞장서 달리고 있다. 차세대 에너지혁명을 이끌 핵융합로 공동 개발도 우리나라가 미국, 일본, 유럽과 당당히 어깨를 겨루고 있다.
세계를 열광하게 만드는 이런 기술들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나는 오랜 세월 묵묵히 제자리를 지키며 소리 없이 일해 온 과학기술자들을 지목하고 싶다. 열악한 경제와 어수선한 정치, 사회의 무관심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밤새 연구한 과학기술인의 집념과 끈기 덕분이다.
나는 우리 사회가 과학기술의 연구와 개발에 이렇게 무심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강력하게 지적하고 싶다. 거대한 인구를 담보로 한 중국과 인도가 무섭게 따라붙는 데다 기술선진국 미국, 독일, 일본 등은 저만치 앞서 있는데, 이렇듯 과학기술에 무관심하다면 미래는 누가 어떻게 보장한다는 말인가.
부처별로 흩어져 있던 정부 출연 연구원들을 개편해 ‘국가연구개발원’으로 단일화한 목적은 개별 연구소별로 닫혀 있던 연구 분야의 벽을 허물고 지식과 기술의 융·복합을 통해 더욱 정교하고 수준 높은 연구를 달성하기 위한 것이다. 그간 다른 연구소에서 무얼 하는지 모르고 같은 걸 연구하느라 들인 시간과 인력, 돈의 낭비는 상상 이상이다. 또 복합적 다기능 제품은 한 분야의 기술만으로는 결코 얻어낼 수 없기 때문에 연구소의 대통합은 필연적이다 못해 운명적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과학기술계는 새로운 시대를 위한 대변혁의 출사표를 감연히 던지고 있다. 나는 정치인들에게, 국민 모두에게 과학기술계의 이 혁명적 대장정을 두 눈 부릅뜨고 지켜봐 주자고 외치고 싶다.
김진명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