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4일부터 연극데뷔 50돌 기념전시회… 맥베스 낭독공연도
이화여대 재학시절인 1963년 동아방송 1기 성우로 입사해 방송 활동을 했던 박정자 씨는 “그것도 배우로 가기 위한 과정이었다. 방송 경험이 대사 발성에 큰 도움이 됐다”고 회상했다. 작은 사진은 1964년 동아방송에서 성우로 활동하던 20대 때의 모습.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다음 달 4일부터 이곳에서 연극 데뷔 50년을 맞아 준비한 전시회 ‘박정자전’이 열린다. 우편으로 부친 800통의 초대장 가운데 수취인의 주소가 바뀌어 돌아온 것들이 책상 한쪽에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전 완전 아날로그예요. 인터넷도 못하고 e메일도 안 써요. 그런 건 하고 싶지도 않아요. 연극도 철저하게 아날로그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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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주년이니 인생이니 이런 표현은 싫어요. 그냥 박정자 연극 50년, 그러면 됐지. 사실 할 말 없어요. 아무것도 없어요. 그동안 살면서 버릴 것 취할 것 그걸 가려낸 거라고 봐주세요.”
전시 공간에선 공연 사진, 작가가 찍은 사진, 의상과 연극 프로그램을 전시하고, 갤러리 중앙 지붕이 트인 마당에선 가수 최백호 유열 박성희 장사익 씨, 배우 강부자 이경미 전수경 배해선 씨, 무용가 김명숙 씨가 이끄는 늘휘무용단, 소리꾼 박애리 씨와 팝핀현준 부부 등 지인들의 축하 공연과 박 씨가 참여하는 연극 ‘맥베스’의 낭독 공연이 열린다.
“전시회를 열 정도면 자료 보관을 잘했나 보다”라는 말에 그는 “연극이란 게 다 사라지는 거, 기록할 수 없는 순간의 예술인데 자료를 모으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어 한때 버린 것도 많은데 그래도 이번에 전시회를 위해 뒤져 보니 기특하게 많이 모았더라”고 했다.
“행사의 메인은 공연이에요. 해가 어둑어둑 질 때 배우들이 맥베스 낭독공연을 하죠. 정동환 김성녀 서이숙 이런 친구들이 출연해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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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품 중 박 씨가 가장 애착이 간다고 밝힌 건 마당 한쪽에 설치할, 연극 ‘19 그리고 80’ 주인공 모드의 작은 방이다. 80세 할머니 모드와 19세 청년 해럴드가 우정과 사랑을 나누는 내용의 이 작품을 그는 2003년부터 연극 세 차례, 뮤지컬 한 차례로 공연했다.
“이 공연은 ‘박정자의 아름다운 프로젝트’예요. 1986년인가 87년에 보고 너무 좋아서 언젠가 나이 먹으면 작품을 하겠다고 생각했죠. 2003년 직접 기획 제작했어요. 모드 할머니가 굉장히 지혜로워요. 무소유 무공해야. 나도 그 할머니를 닮고 싶은 거지. 나도 무공해 무소유지만 지혜가 없어요. 지혜도 사랑도 그건 참 어려워요.”
50년이나 무대에 서 왔던 노배우는 아직도 무대가 두렵다. “연극은 편집이 불가능하니까요. 무대에 선다는 건 관객과 발가벗고 만나는 거죠. 100%, 아니 120, 200% 노출이에요. 점점 책임감이 무거워요. 후배들 실망 안 시키는 배우, 관객 실망 안 시키는 배우이기를 바라는 거죠. 이것도 욕심이죠. 무덤 속까지 갖고 갈 욕심.”
박 씨는 지방 어디라도 불러만 주면 전시회를 열겠다고 했다. “부산이 됐든, 강릉 제주가 됐든 ‘전시할 수 있느냐’ 하면 오케이. 하지만 작은 규모라도 낭독 공연을 같이해야 돼요. 전시를 통해 연극배우의 이미지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요. 이건 확대한다는 거지, 욕심하곤 달라요.” 02-589-1002, 10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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