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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칼끝, MB 대선자금으로 향하나

입력 | 2012-04-24 03:00:00

최시중 “파이시티 돈 받아 2007년 대선 여론조사에 썼다”
崔 전 방통위장 금품수수 시인… 대가성은 부인
檢, 내일 崔 소환… 박근혜 “법에 따라 처리해야”



침통 날개 꺾인 실세는 어디로 가는 걸까. 23일 오후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서울 종로구 통의동의 한 빌딩에서 나와 침통한 표정으로 차에 오르고 있다. 이날 그는 행선지를 알리지 않고 떠났지만 25일에는 검찰에 소환돼 조사받을 예정이다.


검찰이 서울 서초구 양재동 ‘파이시티’ 개발사업과 관련해 거액의 금품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25일 오전 10시 소환 조사키로 했다. 최 전 위원장이 23일 금품수수 사실을 전격 시인함에 따라 수사속도가 한층 빨라진 데 따른 것이다.

최 전 위원장은 이날 “(21일 구속된) E사 이모 사장이 내 입장을 잘 알기 때문에 협조와 지원을 한 게 있다”면서도 “파이시티 인허가 로비와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금품수수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대가성은 부인한 셈이다.

또 최 전 위원장은 “내가 2006년부터 여러 가지 일을 많이 했는데 MB(이명박 대통령)하고 직접 협조는 아니라도 내가 독자적으로 여론조사를 하고 그랬다”고 말해 이 돈이 17대 대통령선거 과정에 쓰였음을 시사했다. 이 때문에 검찰 수사가 이 대통령의 대선자금 수사로 확대될지 주목된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최재경 검사장)는 파이시티 설립사업을 맡은 시행사 전 대표 이모 씨에게서 “2007, 2008년 최 전 위원장에게 인허가 청탁을 해 달라는 명목으로 이 사장에게 11억여 원을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한 뒤 이 사장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21일 구속했다. 또 로비 청탁 사실을 알고 이 전 대표와 이 사장을 협박해 이들로부터 모두 1억 원 안팎의 돈을 뜯어낸 이 사장의 전 운전사 최모 씨도 함께 구속했다.

검찰은 이 사장이 최 전 위원장에게 이 전 대표의 인허가 로비 청탁과 함께 금품을 전달한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이 전 대표는 이 사장에게 2008년 2∼5월 수차례에 걸쳐 각각 수억 원에 이르는 돈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돈의 상당 부분이 최 전 위원장에게 건너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최 전 위원장을 불러 구체적인 돈 전달 경위와 액수를 확인할 방침이다. 검찰은 최 전 위원장의 혐의가 확인되면 알선수재 등 혐의로 형사처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검찰은 이 전 대표가 이 사장에게 건넨 돈이 실제로는 60여억 원에 이른다는 의혹도 확인 중이다. 최 전 위원장 외에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도 이번 사건의 로비대상이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다.

한편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번 의혹에 대해 “법에 따라 모든 걸 처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잘못한 것이 있으면 누구나 예외 없이 책임질 일은 책임져야 하고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건 법적으로 처리해야 한다”라고 말해 청와대와 분명한 선긋기를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4·11총선에서 새누리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하면서 겨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던 청와대는 다시 침묵 속에 빠져들었다.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검찰 수사를 보겠다. 따로 드릴 말이 없다”고만 했다.

야권은 이 사건을 ‘최시중 불법 대선자금 게이트’로 규정한 뒤 초강경 성명을 쏟아냈다. 민주통합당 박용진 대변인은 “정권의 진퇴 문제가 걸린 중대한 사안”이라며 “검찰은 불법 대선자금의 몸통, 즉 그 원점을 정확하게 타격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합진보당 이지안 부대변인도 “검찰은 최 위원장과 박영준 왕차관 등 비리에 연루된 이 대통령 측근 실세들을 즉시 구속 수사하라”고 요구했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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