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새누리당 전 비상대책위원이 어제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경제민주화에 비판적인 친박계 의원들과 거리를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전 위원은 친박계의 핵심인 최경환 의원을 지칭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다른 사람도 그런 것 같다”는 말로 관련 대상을 넓혔다. 지난주에는 친박계 유승민 의원이 “박 위원장은 좋은 보좌를 받지 못해 판단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고, 역시 친박계인 이혜훈 의원도 그제 박 위원장이 바르고 정확한 보고를 받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 의원은 “(김형태 문대성 당선자에 대해) 박 위원장에게 올라가는 보고가 사실과 다르게 가지 않았느냐 하는 것이 제 짐작”이라고 말했다.
김 전 위원이 친박계에 견제구를 날린 것은 ‘경제민주화 찬반’에 국한된 문제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 문제라면 박 위원장이 ‘열린 토론’을 해야 할 일이지, 측근을 멀리할 일은 아니다. 유승민 이혜훈 의원의 문제 제기는 현 시점에서 박 위원장의 귀를 잡고 있는 최측근이 박 위원장의 판단을 흐리게 만들어 대선 가도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충정에서 나왔을 수 있다. 하지만 박 위원장 측근 간에 권력 투쟁의 냄새도 풍긴다. 두 의원이 자신들은 보좌를 잘하는데 다른 측근은 보좌를 잘못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라면 이 또한 독선일 수 있다.
박 위원장 측근의 인적 갈등 양상을 보면서 벌써부터 ‘절대권력에 부수되는 충성 경쟁과 소(小)권력 암투’가 빚어지고 있지 않은지 의구심을 갖게 된다. 지난날 한나라당 시절 이회창 총재가 ‘인(人)의 장막’에 둘러싸여 대세론에 안주하다 대선에서 두 번이나 패배한 사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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