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경욱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제주기지 규모는 예상과 달리 작았다. 1999년 필자가 본 일본 요코스카 항과 비교해도 17분의 1이 채 안 되는 넓이였다. 논란의 현장에 서니 아쉬움부터 차올랐다. 지구촌 곳곳을 오가며 자원과 물자를 실어 나르는 자원빈국 한국의 혈류를 지키고 중국과 일본 간 해양권익 전장에서 무역대국 한국의 이익을 지켜낼 국토의 최남단 기지가 이토록 자그마한 게 안타까웠다. 게다가 극지 해빙으로 머잖아 수많은 상선이 지나다닐 북극 항로의 입구로서 과연 제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 의문스러웠다.
시위대의 확성기 소리로 어지러운 현장을 살펴보면서 페르시아 만에서 한반도 인근 해역에 이르기까지 해외 심해기지를 속속 열고 있는 중국이 떠올랐다. 중국은 파키스탄의 과다르 항에서 시작해 스리랑카의 함반토타 항, 방글라데시의 치타공 항, 미얀마의 시트웨 항에 이르기까지 건설 과정에 막대한 재원을 투자하고 있다. 중동과 아프리카의 자원 부존지역을 자국의 하이난기지에 한 줄로 묶는 해양기지 벨트를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이 전략적 벨트는 여기서 끊어지지 않는다. 중국이 50년 사용권을 얻은 나진항의 제3, 제4 터미널을 현대식으로 건설하기로 북한과 합의함으로써 그들의 해양권익 라인은 한반도 동해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그림에서 중국 류츠구이(劉賜貴) 국가해양국장의 이어도 망언이 담고 있는 전략적 배경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것이다.
광고 로드중
서울로 돌아오는 내내 필자의 심정은 착잡했다. 섬의 골프장 절반 이상이 도산할 정도로 위축된 제주도의 경기를 생각하더라도 할 일이 태산 같았다. 머지않아 8만 t이 넘는 크루즈선이 관광객 수백, 수천 명을 쏟아낼 것이다. 그들이 제주 미항을 다시 찾도록 하려면 빼어난 자연풍광과 세월이 밴 마을과 길까지 연계하는 슬기와 지혜를 모아야 한다. 기지 현장에서 공항에 이르는 동안 어수선한 시가지를 보면서 그저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뿐이었다.
심경욱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