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는 여론조사 조작 파문에도 불구하고 “용퇴가 아닌 재경선을 선택하는 것이 보다 책임 있는 자세”라며 사실상 사퇴를 거부했다. 그는 “캠프 차원에서 계획한 것이 아니고 우리 지역구에서만 진행된 것도 아니지 않느냐”고 변명했다. 공인으로서의 도덕성과 책임감이 결여됐을뿐더러 부끄러움을 모른다는 인상마저 준다. 진보당은 “민주통합당 후보들이 경선 결과에 불복해 연대 정신을 훼손하고 총선 승리를 위한 야권연대 합의를 위험하게 하고 있다”면서 민주당에 지도부 만남을 제의했다. 야권 연대를 살리기 위해 서로 짝짜꿍해 불법을 덮고 넘어가자는 제안이나 다름없다.
민주당 진보당 후보 단일화 경선 과정의 잡음이 비단 이 대표의 선거구에서만 나온 것은 아니다. 진보당의 심상정 공동대표, 노회찬 천호선 씨와 맞붙었던 민주당 후보들도 금품 살포, 불법 선거운동원 동원, 여론조사 조작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경기 안산 단원갑에서 패한 백혜련 민주당 후보는 여론조사 과정에서 오류가 확인됐다며 독자 출마를 검토하고 있다. 민주당 측은 진보당이 선거관리 참관인들을 상대로 여론조사 상황을 표본별로 파악해 당에 송고하라는 교육을 시켰다며 당 차원의 조직적인 불법 개연성을 주장한다. 진보당 측도 민주당 김희철 이학영 후보 등의 불법 조작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곳곳에서 룰을 위반한 경선이 벌어졌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 대표는 최구식 의원의 9급 비서가 연루된 중앙선관위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 때 “혼자 했을 리 없지. 이들에게 민주주의를 기대해선 안돼”라며 트위터로 비난했다. 박희태 국회의장의 보좌진이 관련된 돈봉투 살포사건 때는 “이런 분이 국회의장인 것은 한나라당 절대 다수의 오만이 만들어낸 입법부의 수치”라면서 사퇴를 촉구했다. 진보당이나 민주당의 반응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박 의장과 최 의원은 자신들의 직접 개입 사실이 드러나지 않았음에도 책임을 지고 의장직을 사퇴하거나 탈당했다. 이 대표와 진보당은 남의 눈에 있는 티끌만 보고 자신의 눈에 있는 들보는 못 본 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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