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목소리가 들려/김영하 지음/280쪽·1만2000원·문학동네
“1990년대 태어나 2000년대 생을 마감한 한 소년의 이야기입니다. 사회를 비추는 어떤 스포트라이트로부터도 비켜서 있는 소년의 이미지가 떠올랐고 그가 보냈을 시간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5년 전의 일입니다.”
e메일을 통해 작가가 밝힌 작품 소개다. 그가 5년 전 취재를 하다 간접적으로 만난 한 소년은 남자 주인공 ‘제이’로 태어났다. 10대 소녀가 화장실에서 낳고 버린 아이, 잠시 양엄마를 얻게 되지만 그가 마약중독에 빠져 동거남과 함께 도망치자 다시 버려진 아이, 중학교도 제대로 못 마치고 거리에서 부랑아로 떠돌며 쓰레기통을 뒤져 부패한 음식을 먹고, 후미진 아파트 계단이나 공중화장실에서 잠을 청하는 아이…. 가정과 사회에서 철저히 버려진 고아의 뒷골목 성장기를 그렸다.
사회 밑바닥을 맴도는 제이는 오토바이 폭주를 통해 울분을 토한다. “폭주는 우리가 화가 나 있다는 걸 알리는 거야. 어떻게? 졸라 폭력적으로. 말로 하면 안 되냐고? 안돼. 왜? 우리는 말을 못하니까. 말은 어른들 거니까. 하면 자기들이 이기는 거니까 자꾸 우리 보고 대화를 하자고 하는 거야.”
제이를 비롯한 10대들의 가출, 폭력, 혼숙, 성매매 등이 매우 사실적으로, 세밀하게 그려진다. ‘고통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세상의 모든 죄악은 거기서 시작된다’는 제이의 말을 통해 작가는 상처 입은 10대들의 울부짖음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한다. 그가 40여 쪽 분량의 ‘작가의 말’을 통해 전한 것처럼 이 이야기는 허구가 아닌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충격적이고 가슴 아리다. 단 제이에 치중된 단순한 구성 때문에 시원한 속도감은 있지만 짜임새는 헐거워 보인다.
5년 만에 장편 ‘너의 목소리가 들려’를 펴낸 소설가 김영하 씨와 그가 기르는 고양이 ‘깐돌이’. “5년 전 집필을 시작했고 초고의 상당 부분은 서울에서 썼다. 10여 차례 고쳐 쓰느라 출간이 늦어졌다”고 그는 설명했다. 더 트래블러 제공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은 저마다 고아의 그림자를 뒤에 달고 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전 세대의 경험과 규칙이 시시각각 무화되는 세계에서 혼자 살아남아야 한다는 점에서 우리 모두는 고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