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쑥날쑥 한국, 국제 현물가격 오르면 1주일 후 직격탄안정적인 일본, 국내 비축량 반영…국제유가 영향 적어
일본 석유정보센터에 따르면 2월 넷째 주 현재 일본의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은 L당 143.5엔(약 1998원)으로 같은 시점의 국내 평균 휘발유 가격인 1989.62원보다 10원가량 비싸다. 하지만 등락폭에는 큰 차이가 있다. 일본의 휘발유 가격은 이달 들어 0.3% 오르는 데 그쳤지만 국내 휘발유 가격은 0.6% 상승했다.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일본은 143.4엔에서 143.5엔으로 거의 제자리걸음을 했지만 국내 휘발유 가격은 같은 기간 1935.05원에서 1989.62원으로 2.8%나 뛰었다.
환율 효과를 감안하면 한국의 휘발유 가격 상승세는 더욱 뚜렷해진다. 엔화의 달러대비 환율은 2월 28일 현재 80.5엔으로 지난해 말보다 3.6% 오른(엔화 가치는 하락) 반면에 한국은 같은 기간 원-달러 환율이 2.4% 하락했다(원화 가치는 상승). 원유 거래가 달러로 이뤄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엔화 가치가 떨어진 일본이 원화 가치가 오른 한국보다 휘발유 가격이 더 많이 상승해야 하지만 현실은 반대로 나타난 것이다.
국내 정유업계는 일본의 휘발유 가격 흐름이 한국보다 안정적인 이유로 ‘유류세’를 꼽는다. 일본은 국제유가 등락과 관계없이 유류세가 L당 56.8엔으로 고정돼 있다. 하지만 한국은 유류세 구성 항목 중 교통세, 주행세, 교육세는 고정돼 있지만 부가가치세는 정률세로, 국제유가가 오르면 세금도 늘어나는 구조다.
하지만 정부와 전문가들은 유류세보다는 한국과 일본의 휘발유 가격 결정방식이나 정유업계의 시장구조 차이에 원인이 있다고 보고 있다. 휘발유 가격의 10%에 불과한 부가가치세만으로는 한국의 휘발유 가격 상승세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친 휘발유값’ 휘발유 가격이 연일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서민 가계를 압박하고 있다. 29일 서울 용산구의 한 주유소에 게시된 휘발유 가격은 L당 2200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격은 지난달 27일 사상 처음으로 L당 2000원을 돌파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한국과 달리 일본의 정유업계가 경쟁체제라는 점도 일본 휘발유 가격 안정의 비결로 꼽힌다. 한국은 SK이노베이션과 S-Oil,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 4대 정유사가 시장의 98.1%를 차지하는 과점(寡占) 구조로, 이 정유사들이 석유 수입부터 정제, 공급까지 사실상 독차지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주유소들은 정유소에서 정해주는 가격대로 기름을 살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하지만 일본은 휘발유를 정제하는 정유사 9곳, 정유사로부터 휘발유를 사서 주유소에 공급하는 대형 ‘원매사’ 8곳이 경쟁하고 있어 섣불리 휘발유 값을 올리기 어려운 구조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