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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총살 공포에 떠는 동생 구해주세요”

입력 | 2012-02-21 03:00:00

■ 탈북 사촌여동생 체포에 새터민 이철진 씨 눈물의 편지




탈북자 북송장면 언론 최초 공개… 北-中 접경서 작년8월에 이렇게 끌고갔다 탈북자들의 북송 장면을 찍은 사진이 언론에 최초로 공개됐다. 지난해 8월 북-중 접경지역인 함경북도 온성군 맞은편 중국 투먼에서 촬영된 이 사진은 중국 공안이 남성 1명, 여성 2명, 10대 남아 1명으로 이뤄진 탈북 일가족 4명을 북한으로 압송하는 장면이다. 중국 투먼 변방수용소를 떠난 픽업트럭이 관광객들이 붐비는 북-중 국경다리에 들어서고 있다. 중국 측 관광객들은 이 다리의 중간에 그려져 있는 국경선까지 다닐 수 있다. WJ는 중국 무장경찰 차량 번호판이다. 사진을 촬영한 중국인은 20일 동아일보에 “당시 뒷자리에 앉은 일가족은 수갑을 찬 상태였다”며 “여자는 거의 실신한 듯했고 남자는 눈을 감고 체념한 것으로 보였다. 차 안을 본 관광객들이 모두 웅 성거렸다”고 말했다. 투먼 수용소에 수감된 탈북자들은 작은 셔틀버스에 실려 일주일에 평균 한 번씩 북송되지만 이 가족은 예외적인 방식으로 호송되고 있다. 다리만 건너면 온성군 남양노동자구이다.

“어렸을 적부터 한마을에서 태어나 함께 산 사촌동생은 고기를 참 좋아했어요. 만나면 삼겹살이니 갈비니 다 사주려고 했는데, 그 평범한 일이 우리에게는 이렇게 어려운 일이네요.”

5년 전 탈북해 한국에 들어온 새터민 이철진(가명) 씨는 20일 ‘공포와 두려움 속에서 헤매고 있을 혜진이(가명)에게…’라고 시작하는 편지를 꾹꾹 눌러 쓰며 말했다. 중국 공안에 붙잡혀 북송될 위기에 처한 동생 생각에 며칠째 잠도 못 자 목소리는 잠겨 있었다.

그는 ‘다 잘될 거다. 희망을 갖고 기다리면 다시 만나 고향에서 함께했던 기억을 되새기며 밤새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이라고 정성을 다해 글을 써 내려갔다.

이철진(가명) 씨가 강제 북송될 위기에 처한 사촌동생 혜진(가명) 씨에게 눈물의 편지를 쓰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지난해 그는 천국과 지옥을 오갔다. 누구보다 자신을 따랐던 사촌 여동생 혜진 씨가 고향인 함경남도를 떠나 중국 지린(吉林) 성 창춘(長春)에 도착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어릴 적부터 애교가 많고 특히 이 씨를 보면 “오빠” 하고 부르며 학교까지 따라오던 동생이었다. 하지만 곧 만날 줄 알았던 혜진 씨는 그 뒤 연락이 끊겼다. 브로커까지 동원해 행방을 찾았지만 감감무소식이었다.

소식이 끊긴 지 몇 달이 지난 14일 이 씨는 가판대 위에 놓인 신문을 보고 주저앉았다. 탈북자들이 북송될 위기에 처했다는 기사를 본 뒤였다. 여러 경로를 통해 알아보니 동생도 중국 공안에 체포됐다고 했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탈북자는 3대를 멸족시키겠다고 했다는 북한 측 이야기를 들은 터라 동생이 시범 사례가 되지는 않을까 가슴을 졸였다.

▶[채널A 영상] 중국 “북송하지 말라고? 한국 NGO나 탈북 부추기지 마라” 적반하장

그런 그를 일으켜 세운 것은 16일부터 한 온라인 사이트(www.change.org/petitions/save-north-korean-refugees-savemyfriend)에서 시작된 탈북자 북송 저지 서명운동에 전 세계 2만여 명이 동참하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그는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수록 중국 정부도 탈북자의 북송을 쉽게 결정할 수 없을 것이란 생각에 힘을 내기로 했다. 이 씨는 동생에게 하고 싶은 말을 담아 떨리는 손으로 편지를 썼다.

동생에게 부치지 못한 편지를 기자에게 전한 그의 눈은 붉게 충혈돼 있었다. “아직 동생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한 번도 못 했어요. 선생님이 되고 싶다던 동생을 다시 만나면 꼭 사랑한다고, 이제 다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제발 관심을 가져 주세요.”

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