男 대한항공 세터 1명도 상무 시절 가담 혐의 조사
“깨끗한 경기 하겠습니다” 16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여자부 현대건설-흥국생명의 경기를 앞두고 양 팀 선수와 감독들이 경기 조작 사건을 사죄하는 의미로 관중을 향해 고개를 숙이고 있다. 이날 대구지검 강력부는 여자배구에도 경기 조작이 있었음을 확인하고 흥국생명 현직 선수 2명을 소환 조사했다. 김종원 스포츠동아 기자 won@donga.com
▶본보 2월 10일자 A13면 “女 프로배구도 승부조작 가담”…
이들은 2010∼2011 프로배구 시즌 때 브로커 김모 씨(28·구속 수감)의 제안을 받은 뒤 두 차례 경기에서 승부 조작에 가담한 뒤 각각 300만∼500만 원을 받은 혐의를 사고 있다. 수비 전담 리베로인 전 씨는 상대팀 서브나 스파이크를 제대로 받지 않는 방법으로 점수를 고의로 내줬다. 센터인 또 다른 전 씨는 블로킹을 할 때 점프를 낮게 하거나 블로킹 위치를 잘못 잡는 방법으로 상대 선수가 공격을 쉽게 하도록 도와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김 씨에게 불법 도박사이트에서 성행하는 ‘언더·오버(양 팀 득점을 합쳤을 때 기준 점수 위인지 아래인지를 놓고 배팅하는 것)’ 방식을 제안 받고 두 차례 경기에서 실행에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한 세트 25점을 먼저 얻는 팀이 이기는 배구에서 두 팀의 한 세트 득점을 합친 점수를 경기 전에 미리 정한 뒤 그 점수보다 높거나 낮은 쪽으로 돈을 걸도록 도와준 것으로 전해졌다. 언더·오버는 리베로나 센터 등 특정 선수가 범실을 자주 하면 점수를 조작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차해원 흥국생명 감독은 “선수들에게 승부 조작에 관여했냐고 수십 번 물어봤는데 아니라고 했다. 비통하고 황당하다. 검찰에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주장 김사니는 “당사자를 제외하곤 정확한 내막을 아는 선수들이 없다.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 [채널A 영상]구단 자체조사 땐 끝까지 결백하다더니…
검찰은 이날 브로커에게서 2010년 2월 경기당 최대 500만 원을 받고 자주 범실을 해 팀이 패하도록 도운 전직 프로배구 KEPCO45 소속 선수 염모 씨(30)와 염 씨에게 승부 조작을 부탁한 브로커 강모 씨(29)를 구속기소했다. 또 이날 2009∼2010년 상무 소속으로 승부 조작에 가담한 혐의로 대한항공 소속 세터 김모 씨(30)를 불러 조사를 벌였다. 김 씨도 강 씨에게서 돈을 받고 경기에서 팀의 패배를 도운 혐의다.
검찰은 프로야구 경기 도박 연루 의혹에 대해서는 브로커 김 씨가 LG트윈스 외 다른 구단 선수들에 대한 진술도 한 만큼 현재 내사 단계인 이 사건을 다음 주부터 본격적으로 수사할 방침이다.
대구=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노인호 기자 inho@donga.com